배우자의 현재 상황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하기
남편은 좋은 사람이다.
친구로 봐왔던 3년, 연애 2년, 결혼 7년
이 사람을 알게 된 지 벌써 12년 차이다.
온화하고 솔직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화가 나도 버럭 감정을 비추기보다는 한번 더 생각하고 상대방의 감정과 본인의 감정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직설적이고 내 감정을 바로바로 잘 표현하는 나를 남편은 줄곧 참을성 있게 이해해 주었다. 그런 남편을 보다 보면, 불같이 타올랐던 나의 감정도 따라서 차분해지고, 감정적으로만 행동했던 나의 태도와 판단에 반성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최근에 들어서 바뀌었다. 바뀐 남편을 감지하게 된 것은 두 달 전쯤. 상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이벤트에 대해 나의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남편이 참지 않고 바로 디펜스를 했다.
아니, 이게 이렇게 까지 디펜스를 해야 될 일인가 싶을 정도로. 의견을 개진한 나의 태도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었고, 나는 슬슬 남편의 기분과 반응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의 모습을 관찰했다. 남편은 요새 피곤함이 극에 달하면 매우 예민하게 군다. 표정도 좋지 않고, 에너지도 빠지고…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사람 요새 많이 힘든가..? 남편이 피곤하다고 생각되면 나도 모르게 자꾸 남편 눈치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사람의 마음이 변한 줄 알았다. 이제 나의 짜증이나 나의 의견을 받아주지 못할 정도로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일까? 혹시 다른 사람이 생긴 건 아닐까?
남편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나도 모르는 심경의 변화가 있는 거냐고.
몇 달간 느꼈던 나의 솔직한 감정들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깜짝 놀란듯한 남편의 표정,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우리가 심경의 변화가 없진 않았지’라고 첫마디를 내뱉었다.
으잉? 이 사람 이건 무슨 의미로 한 말일까?
남편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자신의 심경의 변화는 아내인 나의 휴직과 복직 기점으로 나뉜다고.
내가 휴직상태로 하루종일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었을 때, 남편은 그 시간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너무 지치고 힘들어하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그래서 하루종일 근무하고 지치고 힘든 상태로 집에 와도, 그 내색을 할 수 없고, 나의 감정을 다독여 주고 돌보기에 정신이 없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내가 복직을 한 후, 상대적으로 자신의 참을성의 한계치가 낮아진 거 같다고 했다. 이젠 나도 동등하게 회사에 가니깐, 동등한 맞벌이 부부로써의 육아니깐 이젠 모두 다 참아주기보다는 본인의 힘든 것도 표현해도 된다고 내심 마음을 내려놓은 게 아닐까 싶다.
남편의 말을 모두 듣고 보니, 미안해졌다. 휴직기간 동안, 둘째를 1년 동안 키우는 동안 내가 얼마나 신경질을 부린 걸까. 이 사람이 사회생활하며 힘들었던 시간들을 집에서 전혀 위로받지 못한 채 얼마나 힘들었을까.
역시 모든 관계에서 대화는 중요하다. 내가 인지한 상황과 상대가 인지한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솔직하게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남편은 정말 변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 변화의 원인은 내가 제공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서로 솔직하게 서로의 감정을 살피고 다독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