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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6주 병가 연장, 수술부위 감염

이렇게 아파서 엉엉 울어본 건 처음이야

by 클루

수술한 후 나의 예후는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퇴원하고 오랜만에 얻은 휴식에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수술 1주일 후쯤 배꼽이 계속 너무 따가웠다. 그리고 배가 여전히 꽤 볼록했다.


구분이 잘 안되긴 하지만 아픈 것과 따가운 것은 다르다. 배꼽에 구멍을 뚫었기 때문에 수술 직후 아픈건 너무 당연하다. 보통 병원에서 진통제를 주는 기간 동안은 못참을 정도로 아프고, 그 이후에는 적당히만 아픈게 정상인 것 같다. 그리고 꼬매고 1주일이 지나면 살이 붙기 시작해서 하루가 지날수록 좋아져야 한다. 나중에 수많은 후기들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내가 이상했다는 것을.


그런데 나는 수술 D+10이 지나도 배꼽이 너무 따가워서 일어났을 때 허리를 제대로 피지 못했다. 더욱이 약간의 고름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변볼 때 요로감염 비슷한 증상이 계속되었다. 수술 D+11이 외래일이어서 그때까지 꾹 참고 병원에 갔다.



수술 D+11

병원에 가서 실밥을 모두 풀었다. 나머지 두 곳은 잘 아물었는데, 배꼽은 실밥을 풀자마자 고름이 잔뜩 나왔다. 시술실 의사 선생님께서 이렇게 될 때까지 아팠을 것 같다며 심각한 표정이셨다. '그때 정말 많은게 잘못되었구나' 싶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실밥을 풀러 나왔다가, 그 시술실에서 1시간 넘게 처치가 진행되었다.


먼저, 잔뜩 고름을 짰다. 다리도 쭉 펴지 못하는 시술 의자에서 계속 내 배를 쥐어짜셨다. 그리고 배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있는 이유가 고름 때문인 것 같다고 하셨다. 이때까지 감염인 줄은 몰랐는데, 감염된 상태에서는 스치기만 해도 아팠고 그 부위를 잔뜩 짰더니 진짜 너무 아팠다. 그냥 계속 아파요.. 소리가 터져나왔고 온 몸에 식은땀이 났다.


다음으로 시술실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방 의사 선생님을 호출했고, 다시 꼬매야할 것 같다고만 하셨다. 자세한 설명을 안해주셔서 더욱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심지어 바늘도 없어서 분만장에서 빌려오겠다고 막 간호사 분들이 시술실을 들락날락 하셨다. 수술방 선생님이 오셔서 죽은 조직들을 떼어야 한다고 막 칼 같은 도구로 계속 살을 뜯어냈다. 진짜 너무 쓰라리고 아팠다. 국소마취를 계속 해주셨지만 감염된 상태라서 그런지 마취용 바늘도 아프고 마취해도 그냥 아픈건 여전했다.


그리고 재봉합하기 시작했다. 바깥 살뿐 아니라 안쪽도 벌어졌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내 느낌으로 10방 넘게 꼬맨 것 같았다. 한 방 꼬맬 때마다 외마디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엄살이 아니었는데, 이때까진 의사 선생님들도 감염인 줄 모르고 내 상처를 너무 거침없이 만지고 꼬맸다. 마지막에 너무 고생하셨다면서 마데카솔도 뿌리고 샤워는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 내용이 기억이 안나서 나중에 전화를 해야할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시술실 밖은 줄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인산인해였고 내가 울면서 나오자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소리지르는게 들렸던건가.. 갑자기 수치스러웠지만 말이다. 진통제 하나도 주지 않고 보내버려서 너무 서러웠다. 간호사 선생님께도 여쭤봤지만 약국가서 사먹으라고 했다. 수납하자마자 국소마취는 다 풀려서 미친듯이 아팠고, 약국까지 절대로 걸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날 정말 다행히 보호자가 같이 가줘서 약을 타와줬고 너무 고마웠다. 혼자였으면 약이고 뭐고 그냥 울다가 택시에서 기절했을 것 같다. (ㅋㅋㅋ)


거의 다시 수술한 아픔이었다. 어쩌면 감염 때문에, 다시 근육과 살을 땡겨서 꼬맸기 때문에 수술 직후보다도 더 따갑고 땡기는 기분이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도 조금만 흔들려도 계속 아팠다. 이렇게 나의 병가는 4주가 연장되었다.


수술 D+12

밥먹을 때 간신히 일어나서 먹고 약먹은 후에 다시 누워있었다. 5일치 항생제를 먹기 시작해서 조금 염증이 조금 잠재워진 것 같았다.


스테리 스트립 붙여주심 (이때는 단순히 벌어져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했었음)

항생제 5일치 시작

볼록했던 배가 많이 들어감 (고름을 짜내서 그런 것 같다)

고름은 안나옴


수술 D+16

다시 꼬매고 4일 째 되는 날 처치 후 붙여놓은 스트랩 사이로 피고름이 나왔다. 이거 심각하다 싶어서 바로 다음날 병원에 갔다. 처음에는 내가 예약도 없이 와서 수술 의사 선생님이 안계시다고 왜 왔냐고 하셨다. 그렇지만 내 배꼽을 보여주자마자 어휴 이러시면서 처치를 해주셨다. 그리고 내일 오면 추가로 소독해주시겠다고 했다.


스테리 스트립 제거

고름이 나와서 잔뜩 짜냄

배가 거의 들어감

배꼽은 여전히 아픔 (오래 걷기 힘듦)

항생제 먹는 중


수술 D+17

그래서 다음날 또 병원에 갔다. 날 꼬매준 의사 선생님이 오셨고, 균이 발견되었다고 이때 안내받았다. 소독도 하고 해당 균에 적합한 7일치 약도 받아왔다. 그럼 그렇지.. 균이 발견되었다는데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 전에는 이렇게 고름이 많이 나오는게 너무 이상했다. (나중에 외래 때 균 검사 결과를 보니 수준이 'Many'였고 요로 감염 증상도 보이는 녹농균이었다.)


배타딘 소독

매드레스 붙임

샤워는 계속 안 됨 (물도 닿지 않게 하기)

고름은 바로 닦고 짜기

균 항생제 추가 7일치 시작

요로 감염 증상 완화 (항생제 먹으니 많이 나아졌다)


수술 D+20

항생제 먹으니 확실히 염증이 점점 사라지고 요로감염 증상도 사라졌다. 가끔 방심할 때 고름이 나긴 했지만 조금 짜고 마데카솔을 뿌려주면 괜찮아지는 행태였다. 확실히 감염 부위는 아물기 시작했고 이제는 따가운 느낌이 덜했다.


마데카솔 하루에 두 번씩 뿌림

고름 나오면 바로 닦아줌

배꼽은 가끔 따가움

배는 완전히 들어감

요로 감염 증상 거의 없음


수술 D+25

재봉합하고 2주 후 다시 실밥뽑는 날이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갔는데, 이제 실밥은 뽑아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너무 안쪽까지 딱지가 많이 생겨서 잔뜩 떼었고 살에 상처난 느낌으로 아팠다. 쓰라린 느낌으로. 그래도 앞으로 관리를 잘 해야 재발하지 않는다고 신신당부하시며 2주간 병가를 더 내라고 진단서를 써주셨다.


왜 감염되었는지는 꽤 오랜 고민 후에 깨닫게 되었다. 외래 갔을 때 손 잘 안씼은 등의 개인 위생의 문제는 아니라고 하셨다. 간혹 감염되는 경우가 있는데 면역력의 문제라고 하셨다. 그리고 인터넷을 찾아보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수술한다고 병원에서 씻으려고 리필 용기에 담아갔던 샤워용품이 문제였던 것 같다. 화장실에 오래 방치해뒀었던 그 리필 용기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


실밥 뽑음

스테리 스트립 붙임

철분제 다시 복용 (항생제 먹을 때는 철분제를 잠깐 복용하지 않았음)


수술 D+27

처음 실밥을 떼고 2~3일은 조금만 많이 먹어도 따금거리고 허리를 쭉 피기 힘들었다.


수술 D+30 (수술 1달)

그 후에 5~6일은 가끔 따가웠다. 매일 염증이 재발하진 않을지, 벌어지진 않을지 조마조마 했다. 그래도 철분제를 다시 먹자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다. 마데카솔은 하루에 한 번 정도 계속 뿌려줬다. 그리고 산책은 30분 정도 격일로 했다. 아직 뛰는 것은 어려운 정도였다.


수술 D+35

아직도 가끔 따갑지만 이제 매드레스는 안 붙이고 있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나름 생겼다. 스트립은 계속 붙여뒀다. 3포트였는데, 나머지 두 곳은 딱지까지 다 떨어져서 거의 흉터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참 다행이었다.


수술 D+39

마지막으로 일상생활 복귀 가능하다는 진단서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이렇게 다시 적어보니 병가 6주동안 정말 다사다난했다. 제대로 쉰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마지막 1주일 정도고, 그 전까지는 매일 고통이 따랐던 것 같다. 잘 때도 염증 부위에 통풍이 잘 되도록 이불도 최대한 안 닿게 하고, 땀나지 않도록 전기장판도 켜지 않았다. 겨울에 춥게 자니까 약간 서럽기도 했다. 가까운 곳에 산책 갔다가도 고름이 나오면 바로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항생제도 너무 강력해서 소화도 잘 안되고 저녁에 잠도 안오기 일쑤였다.


그치만 대학생 방학에도 항상 빡빡한 스케줄로 살았던 나에게, 이번 병가는 당분간 다시는 없을 긴 휴가였다. 생산적인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잘 먹고 쉬는 것에만 집중한 것은 신생아와 새내기 시절 이래로 처음이었다. (ㅋㅋㅋ) 이번 감염을 계기로 수술은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건강을 위해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잘 쉬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내리 4일 동안 눈과 비가 내렸다. 그리고 내가 쉬는 날이 되자마자 바로 해가 뜨던데, 하늘이 나의 마음을 알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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