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분들이 많아졌다. 특히 출근할 때나 점심 먹으러 회사 근처 거리를 오갈 때면 어김없이 전단지 공세에 시달린다. 주로 같은 분들이 같은 장소에서 전단지를 나누어 주시기 때문에 낯이 익은 분들도 꽤 있다.
얼마 전까지는 주시는 대로 전단지를 받았다. 나누어 주는 분들이 대부분 어르신이다. 어머니나 할머니 생각이 나서 그냥 주시는 대로 받았다. 여름이면 뜨거운 뙤약볕에서 겨울엔 찬 바람을 맞으며 나눠 주시는 전단지를 거부할 길이 없었다.
받아서는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사실 나 같은 사람에게 전단지의 광고효과는 거의 없다. 대부분 헬스클럽이나 식당 혹은 대출 광고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읽어 볼 필요도 없다. 그냥 버렸다.
문득 버려지는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히지도 않고 버려지는 전단지가 셀 수 없이 많을 텐데 이런 자원낭비가 또 있을까. 게다가 전단지를 들고 다니다 보면 손에 잉크가 묻어서 찜찜하다. 바로 손을 씻어야 한다. 매우 강압적인 태도로 내 앞에 전단지를 들이 미시는 분들도 있다. 출근길에 전단지 세례를 받게 되면 산뜻했던 기분이 반감된다. 이런 전단지가 불법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거리에서 나누어 주는 전단지는 관할 자치구에 신고 후 검인정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단 한 번도 도장이 찍힌 전단지를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전단지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분들을 마주칠 때면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됐습니다" 하며 거절한다. 그것도 못내 불편하여 아예 피해서 빙 돌아갈 때가 많다. 일행이 있을 때에는 동행자를 미끼로 먼저 보내고 뒤로 숨는다. 레이다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전단지를 받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것은 조금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전단지를 받음으로써 생기는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더 이상 휴지통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 거나 손에 뭍은 잉크 때문에 찜찜해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떠나서 그냥 받기 싫은 걸 받지 않으니 정신건강에 이롭다.
그러고 보니 살면서 강요를 당하는 일이 참 많다. 어렸을 적엔 공부하라고 강요를 당한다. 물론 다 잘되라고 하는 강요이다. 사회에 나오면 결혼하라고 난리들이다. 결혼한다고 끝이 아니다. 애를 낳으라고 참견을 하고, 애 낳으면 둘째 낳으라고 또 강요를 한다. 참석하고 싶지 않은 회식에 가야 할 때도 있고,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길거리에서 예수님을 믿으라고 강요당하기도 하고 도를 아시냐며 치근덕거림을 당하기도 한다. 다른 것에 비하면 전단지는 아주 사소하다.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불편하다.
오늘도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분들을 멀리서부터 피하거나 정중히 거절해 가며 출근했다. 나에게는 전단지를 받지 않을 자유가 있다.
*cover image by Manolo Chretien |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