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멍하니 SNS화면을 들여다보다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신호가 초록으로 바뀌었는데도, 내 앞 차가 움직이지 않자, 뒤차가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린 것이다. 다시 빠앙- 하는 경적이 울렸다. 그제야 앞차의 운전자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황급히 좌회전해 사거리를 빠져나갔다.
흔한 일이다. 나 역시 빨간불에 대기하는 그 짧은 순간을 못 이겨 스마트폰을 열고 SNS를 확인하거나 유튜브에 뭐 재미있는 것 없나 기웃거린다.
왜 그러는 걸까?
잠깐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의 재미난 것들이 그냥 흘러가 버릴까 걱정돼서?
어쩌면 그저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도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자기 전,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이다. 전에는 눈 보호를 위해 소리만 듣곤 했는데, 어느새 화면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보고 나면 아침에 눈이 너무 아프다. 매번 후회하지만, 하루 끝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것만큼 달콤한 것이 없다. 눈앞으로 떨어지는 묵직한 스마트폰을 피하는 기술도 제법 늘었다.
유튜브는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만 쏙쏙 보여준다. 알고리즘이 그렇게 짜여 있다. 시사콘텐츠도 보긴 하지만, 직접 뉴스를 찾아보는 일은 드물다. TV도 보지 않으니 최신 소식에 뒤쳐지기 십상이다. 얼마 전 산청에 물난리가 난 것도 하루가 지나서 알았다. 뒤늦게 뉴스를 보고서야 전국 곳곳이 폭우로 초토화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늦게 관심을 가진 내가 부끄러웠다.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랑은 정말 유별나다. 길을 걸을 때도, 신호를 기다릴 때도,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횡단보도 앞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이제 '국룰'처럼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신호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로 인해 사고가 많이 났고, 급기야 지자체에서는 바닥에 LED등을 설치했다. 신호등과 연동이 되어 초록불 빨간불로 바뀐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신호가 바뀐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개를 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숙이고도 신호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다니. 정말, 대한민국 만세다.
스마트폰 영상을 많이 보다 보니, 눈도 아프고 점점 상상이라는 것을 안 하게 된다. 생각도 잘 안 하게 되고 무의식으로 틀어놓고 보게 된다. 물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확장시켜 주는 좋은 내용의 영상도 유튜브에는 많다. 하지만 그런 영상들을 한두 번 보고 나면 훨씬 더 자극적이고 가벼운 내용의 영상을 찾게 된다.
그래서 책을 하나 샀다.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라는 책이다. 성작가는 이 책으로 2024년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과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친구덕이다. 내가 좋아하는 박정민 배우가 이 책을 소개했다며 알려줬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그 말에 혹해 바로 책을 구입했다.
늘 챙겨보는 유튜브 영상을 포기하지 못해 아직 읽지 못했지만, 꽤 기대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종이 위 활자에 빠져보려 한다.
*cover image by Michael Pointner | 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