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 #2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방송국, 기자들이 모인 내 조직도 많은 부서들로 이뤄져 있다.
인사가 난 뒤 어느 부서에서 어떤 업무를 맡게 되는지 결정되면
그 기자가 어디를 '출입'하게 될지 정해진다.
모든 기자가 반드시 거치는 입문 코스, 사회부 소속이라면 통상 '경찰 출입' 기자로 불리는 것이다.
정당을 취재하는 기자는 '국회 출입',
코로나19를 담당하는 기자는 '보건복지부 출입',
이런 식으로 어떤 기관을 담당하는지 이름을 붙이는 식인데,
기업이나 시민사회단체, 스포츠 구단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에 담당 기자가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상대적으로 메인 방송 뉴스에 잘 다루지 않는 분야나 주제는 명목상 담당일 가능성이 매우 높음)
각자 출입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챙기면서
실무자를 비롯한 수많은 '관계자'를 취재하고 친분을 쌓아가게 된다.
흔히 기자를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라고 부르는데,
경력 전체로 보면 적확한 표현이지만 순간순간을 떼놓고 보면 좀 다르다.
적어도 어떤 기관을 출입하고 있는 기간 동안만큼은
그 분야에 대해 꽤나 힘줘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접하게 된다.
자, 그럼 '방송기자'는 출입처 취재를 하면서 다른 기자들과 뭐가 좀 다른가?
장점과 단점이라기보다는,
유리한 점, 아쉬운 점으로 정리해보겠다.
막상 이야기하려고 보니 뭐가 있나 고민스러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
특징적으로 다르게 돌아가거나 하는 건 없다.
다만, 딱 하나로 정리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출입처에서 선호도가 높다는 점.
특히 지상파 3사로 국한하면 그 선호도는 더 높다.
과거와 비교하면 영향력이 줄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KBS, MBC, SBS에 대한 출입처 관계자들의 선호도는 아직도 꽤 높은 편이다.
특히 국회나 정당 등 정계나 정부 부처에서 그런 현상이 뚜렷한데,
아무래도 글자나 사진으로만 표현되는 지면에서의 노출보다
영상으로 살아 움직이는 방송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시청층이 견고하게 있으니 투입 대비 산출이 잘 나온다는 계산인 것이다.
개인 인터뷰나 기획물을 만들기 위해선 상응하는 협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때 큰 도움이 되는 편이다.
이에 반해 아쉬운 점들은 참 많다.
각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걸 일부 감안하고 읽기를 당부한다.
1) 출입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취재의 핵심은 결국 '휴민트', 사람이다.
출입처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친분을 쌓아서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절대적인 시간이다.
얼굴을 자주 비출수록 당연하게도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 마련 아닌가.
하지만 아쉽게도 방송기자들을 출입처 자리를 상대적으로 오래 지키지 못한다.
하나의 기사(리포트)를 만들기 위해서 영상 취재를 비롯한 제작 과정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꽤나 많은 시간이 들어가고, 물리적인 한계점도 생겨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서초동 법조계나 여의도 정계에는 아예 출입처 내부에서 제작을 모두 마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휴민트가 가장 중요한 취재 분야 1순위를 다투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다른 부서에선 결국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쪼개지 않으면
출입처와의 친밀도를 높이긴 쉽지 않다.
2) '방송용 아이템'의 장벽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기사를 여럿 쓰다 보면,
취재원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게 기사화 가능할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방송기자들에겐 '방송용'이 되느냐의 고민이다.
'방송용'을 가장 단순하게 정의하면,
현장 그림과 싱크가 있느냐이다.
아무리 좋은 주제라도
그 주제와 관련한 현장 영상 취재 영상,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나 증언 등
리포트를 만들 수 있는 소스가 있어야 영상물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 할 수밖에 없는 주제라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기존 자료 그림을 써가면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만들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은 방법이다.
누군가 기자 본인을 믿고 기사화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이야기했는데,
'방송용'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그것만큼 곤란한 상황이 없다.
다만, 방송기자들도 저녁뉴스에 나가는 방송 기사 외에도
인터넷으로 실시간 출고되는 단신 기사를 얼마든지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으로 제작하진 못해도 여기를 통해서도 꽤나 퀄리티 있는 기사들이 나온다.
기자들의 '출입처 취재'에 대해선 찬반이 첨예하게 갈린다.
물이 고이면서 병폐가 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 출입처 방식이 폐지되기도 했다.
장점과 단점이 함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게 치열한 토론을 하겠단 건 아니고,
출입처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참 다양하고 흥미롭다는 걸 알리며 글을 마치기 위함이다.
기자보다 더 기자의 시각에서 생각을 하면서
사전에 지면용, 방송용을 나눠놓고 제작 방향까지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도 있고,
단 한 번도 '단독'을 달만한 소스를 주진 않지만,
인간적으로 가까워져 서로의 개인사에 위로를 보내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닌 상대방과 썸을 타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긴장감이 출입처 취재의 백미이자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