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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May 29. 2021

나는...

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나는 중학생입니다. 중학교에 올라오니 노는 친구들과 보통 친구들이 나눠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노는 친구들이 만만해 보이는 한 친구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나는 불의를 느꼈지만 그들에게 대항할 힘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대항했다가 화살이 나에게 올지 모를 일입니다. 선생님한테 이르면 일시적으로는 잠잠해질지 모르지만 해결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내가 선생님께 이른 것이 소문이 나서 공공의 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인지 알고 있지만, 불의를 보고 외면하는 나에게 큰 실망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5년 차 직장인입니다. 직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몰랐는데 어느 정도 다니다 보니 많은 불합리한 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일적인 측면에서의 불합리는 그렇다 치지만, 인격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너무 많이 보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 입에서 "일 힘든 회사는 다닐 수 있어도, 사람 힘든 회사는 다닐 수 없다"는 말이 돕니다. 특히 특정인을 계속 괴롭히고 개인적인 일을 시키거나,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 상사도 많습니다. 나는 불의를 느꼈지만 그들에게 대항할 힘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대항했다가 내가 짤릴지 모를 일입니다. 인사팀에 제보하면 일시적으로는 잠잠해 질지 모르지만 해결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성희롱을 당한 직원이 인사팀에 이야기를 했는데, 성희롱 가해 임원은 징계를 받고, 당한 직원이 짤렸다는 말도 돕니다. 어쩌면 내가 인사팀에 찌른 것이 소문이 나서 공공의 적이 되고, 퇴사를 권고받을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를 크게 자책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대기업 임원입니다. 이 위치쯤 올라가니 요즘 세대와의 격차가 많이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아래 직원을 혼내고 때때로 개인적인 일을 시키는 것이 너무 당연했고, 나 역시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요즘 친구들은 표정에서 싫은 티가 팍팍 드러나 눈치가 많이 보입니다. 특히 술자리에서 적절한 유머를 하여 분위기를 푸는 것은 임원의 중요한 역량인데, 요즘은 말만 하면 갈구는 것이 되고, 성희롱이 되는 것 같아서 말하기가 두렵습니다. 나는 불합리함을 느끼지만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대항할 힘이 없습니다. 괜히 대항했다가 내가 짤릴지 모를 일입니다. 인사팀은 임원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터라, 친구 임원이 성희롱으로 짤릴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왔지만, 그 친구에게 좋지 않을 것임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해결된 듯 보이지만 아마 오래가지 못해 짤릴지 모를 일입니다. 시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생각이 옳음을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이미 사고의 프레임이 바뀐 요즘 친구들한테 먹히지도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심하며 따라가고 있습니다.




나는 2선 국회의원입니다. 정치를 시작하고 정말 열심히 했고, 많은 불합리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약자를 위해 뛰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패배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수많은 기업가나 부자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접근합니다. 나는 불의를 느꼈지만 그들에게 대항할 힘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대항했다가는 바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나의 패배는 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원해주는 사람들과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모두 실망시키는 일입니다. 무시하고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치인이 된다면 일시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를 지원해 준 소수의 돈 많은 세력을 외면했다가 바로 적이 되어 어떤 트집이 잡힐지 모릅니다. 그런 스캔들에 휘말리는 순간 내가 국민만을 바라보았던 사실은 오간데 없어질 것입니다. 나의 억울함을 아무리 설명해봐야 사람들은 재미있는 스캔들에 집중하지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국민을 위했다한들 돌아서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의로운 일을 하려고 정치에 도전했고 어떤 길이 옳은지 알고 있지만 지금은 먹고살기 위해 외면하며 정치를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표지그림출처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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