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인데, 아직까지 적응을 못한 장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트로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 리듬을 좋아하지 않았고, 나이 들면 좋아지게 될 거라고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그 나이가 오지 않는 것인지 영 취향이 아닙니다. 하지만 트로트의 인기가 엄청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음원 스트리밍 차트에 항상 임영웅이 다수 올라가 있는 것을 봐도 그렇고, 트로트 가수들의 강력한 펜심은 예전 생카(생일 카페, 연예인이나 캐릭터 등 최애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이벤트를 여는 카페)를 지나가다가 처음 들어보는 민트 특공대 대절 버스의 위엄을 보고 충분히 느꼈습니다.
최근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유명한 김호중 씨 역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트로트 가수인 것 같습니다. 팬으로서 덕질을 하는 건 충분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옹호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김호중 씨의 팬층은 어린것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사람의 묘한 특성이 유명인을 찬양하는 것도 비난하는 것도 즐긴다는 것입니다. 스토리를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인지, 타인을 입방아에 올려 띄웠다가 묻기를 반복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문제가 없으나 모든 일이 그렇듯 도가 심해지면 문제가 됩니다.
김호중의 팬들이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그를 너무 영웅시하고 신성시하였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신성시하면 항상 문제가 됩니다. 논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해집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호불호가 있는 사람들끼리 토론이나 논쟁을 할 수 있지만, 그를 신이라 부르는 사람과는 토론이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왕조 시대의 기운이 남아있는지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감히 어떻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왕조 시대에 비하면 현대는 매우 짧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 사회에 맞지 않은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에서의 신조차도 너무 심하게 추종하게 되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난에 비하면 찬양은 작은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나라의 감시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네티즌의 감시가 무서운 세상입니다. 이런 네티즌에 의한 감시는 분명 문제가 많고, 사회를 이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가의 공정성 문제가 어느 정도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대부분의 일들을 제대로 판단하고 집행한다고 국민들이 생각한다면 이런 감시가 약해질 것입니다. 잘못된 것을 국가에서 처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굳이 감시에 노력을 쏟을 이유가 약해집니다. 물론 사람은 타인에 대한 간섭과 뒷담화를 좋아하니,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꽤 큰 부분은 공정하지 못한 국가에 원인이 있습니다.
반성을 하고 있는 등을 고려하여 감형한다.
판결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저는 판사에게 왜 반성을 한다는 이유로 감형을 해주는 권한을 주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반성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어떻게 판단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반성을 하지 않는데도 반성문을 쓸 수 있고, 반성하는 척 표정을 짓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판사가 독심술사가 아닌 이상 반성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판단할 수 있다고 해도 판사에게 주어진 권한은 법리 혹은 판례에 따른 판결이지, 죄를 감해주는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권한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판사는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판결을 하는 사람이기에 판결에 대한 평가를 받고,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한 것이 없는지 감시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판사는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신이 될 것이고, 공정한 판결이 줄어들 가능성이 늘어날 것입니다.
김호중, 호화 변호인단 꾸려
이번에도 역시였습니다. 유명인이 재판 때 호화 변호인단을 꾸린다는 것은 그것이 재판 결과를 바꾸기 때문일 것입니다. 변호인단에 따라서 죄가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이 경우 항상 나오는 단어인 '전관'은 대놓고 부정을 저지른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법조인들이 당당하게 부정을 저지르지만 이에 대해 크게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실수한 연예인 한 명은 쥐 잡듯이 잡으면서 여기에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하는 네티즌은 드뭅니다. 오히려 행동하는 사람의 트집을 잡고 비웃는 걸 즐기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확실히 어릴 때는 사람에 더 빠지기도, 지독히 싫어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강성 팬이 되기도, 안티가 되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너무 심하게 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감정이 널뛰는 어린 나이에 흑역사는 사실문제가 있어도 어느 정도 봐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설렘을 간직한 모습이 부럽기도 합니다. 살면서 점점 사람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큰 콩닥거림은 줄어듭니다. 아쉽기도 하지만 당연한 현상이고, 사회적 책임이 커지는 나이까지 강성팬이나 안티가 되는 것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