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모든 돈은 은행으로 간다

031 경제

by 평범한 직장인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저는 은행 첫 계좌를 한일은행에서 만들어서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한일은행은 한빛은행으로 합병되고, 나중에는 우리은행이 되었으니 제 첫 계좌는 현재 우리은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린이 통장 같은 이름의 통장을 만들어 예금을 넣을 당시 연이자는 10% 정도였고, 당시 평범한 수준의 금리였습니다. 당시에 저축은 상당히 장려되었고, 그만큼 높은 이자로 사람들에게 예금을 권유하였습니다. 지금은 저축을 장려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저기서 대출을 장려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Us-gold-certificate-1922.jpg 금증서는 1882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에서 종이 화폐로 사용되었다.

각종 재화나 서비스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돈의 총량이 2배로 늘어나면, 산술적으로 돈의 가치는 반으로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돈의 가치의 변동성이 심해지면 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으므로 과거에는 돈의 발행량을 제한하였습니다. 한정된 자원인 금을 기준으로 돈을 등가교환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무분별하게 돈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였습니다. 매년 새로운 금이 발견되는 비율은 수%에 불과하므로, 돈의 총량은 매우 천천히 늘어나게 됩니다.




돈의 총량 = 금의 총량 x 단위 무게당 금의 가격

사람들 간의 경제 활동이 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인간은 두 부류로 갈라지게 됩니다. 투자나 사업을 하여 나중에 돈을 갚더라도 당장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으로 생활하고 남은 돈을 그냥 묻어둬야 하는 사람이 생기게 됩니다. 은행은 두 부류의 사람들의 니즈에 맞는 거래를 시작합니다. 남는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 준다는 목적으로 저축을 권유하고, 저축받은 돈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기 시작합니다. 은행에서 가져가는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자신이 있는 사업가나 투자자는 더 많은 돈을 빌리려 합니다. 투자하는 돈이 많을수록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입니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은행은 돈을 맡기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이자보다는 적지만 일정 비율의 이자까지 챙겨주기 시작합니다. 돈을 맡긴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돈이 생기고, 은행은 대출이자와 저축이자의 차액만큼을 챙길 수 있고, 돈을 빌린 사람은 더 큰 규모의 자본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모두가 좋은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이 이자까지 쳐서 은행에 돈을 갚는다면 누군가는 파산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간단하게 지구상에 A와 B 두 사람과 은행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돈의 총량이 200원이고, 매년 대출 이자 50%, 예금 이자 10%라고 가정해 봅시다.

A의 재산 100원, B의 재산 100원
A : 은행에서 50원 대출 (재산 150원), B : 은행에 50원 예금 (재산 50원), 은행 재산 0원
일 년 후 A는 B에게 50원 수익을 거둠
A : 대출이자 25원 (재산 200원), B : 예금이자 5원 (재산 0원), 은행 재산 0원
A : 75원 대출 상환 (재산 125원), B : 예금해지 55원 (재산 55원), 은행 재산 20원


돈의 총액이 정해져 있다면 대출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돈은 계속 은행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며, 최종적으로는 모든 돈이 은행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A도, B도, 은행도 모두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은행은 더 이상 돈을 벌 수 있는 소비자가 없어지고, A와 B는 파산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은행 역시 소비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등 경제 현상이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아주 많은 돈을 보유하여 실질적으로 계급을 가르고 싶어 하는 계층입니다. 돈의 총량이 정해져 있으면 많은 돈을 유지하기도 힘들겠거니와, 돈을 적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파산을 하는 것 역시 계급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파산을 하지 않게 만들면서 본인들이 높은 계급을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 방법은 단순합니다. 돈의 총량을 늘리면 됩니다. 돈의 총량을 늘리고 늘어난 돈을 높은 계급의 사람들이 가져가게 되면 해결됩니다. 때문에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금본위제를 끊어버리고 돈의 총량을 늘리는 일을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조정과 양적완화를 통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