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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y Oct 25. 2021

밤이 긴 당신에게

밤과의 마주침

“나 밤이 좀 무서워”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온 전화의 첫마디였다. 지난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던 불면이라는 지긋지긋한 놈이 이제 내 친구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나 보다.


 작년, 나의 밤은 날카로웠다. 자기까지 걸리는 6시간 남짓의 시간들은 나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밤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나는 나룻배 하나에 몸을 기댄 어부였다.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몸부림치고, 어두움 속에서 고독함과 맞서 싸웠다. 그렇게 나는 1년여간의 시간을 보냈고, 몸도 마음도 수척해진 것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어느 날은 지쳐서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는데 문득 책장에 꽂혀있는 노인과 바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인은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데, 나는 밤이라는 바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어부라면, 밤이라는 바다에서 첨벙이며 허우적거릴 것이 아니라, 낚시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밤이라는 바다에서 내가 무엇을 건져 올릴 수 있을지, 내가 어떤 것을 건져 올려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나는 밤으로부터 낚시질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낚아 올렸던 것은 슬픔이었다. 나는 밤으로부터 감정을 낚아 올리기 시작했다. 때로는 슬픔이었고, 때로는 그리움이었으며, 때로는 외로움이었다. 이렇게 나는 나를 투영하는 밤이라는 바다와 마주하며 내 감정들을 하나씩 섬세하게 읽어가기 시작했다.


밤이라는 고요하고 어두운 적막한 시간에 알지 못하는 수 없이 많은 감정들이게 베이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안온한 밤의 포옹을 마주하였다. 때로는 어두운 골목길을 전력질주하듯이 밤으로부터 달아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당신’을 투영한 바다와 마주한다면 당신은 분명 따듯하고 생명력 넘치는 밤의 포옹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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