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늦었다고 계약 해지?

해지 조항의 함정

by 정광진 변호사


웹툰 작가 A씨는 평소처럼 마감 원고를 넘기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몸살로 하루 늦게 파일을 제출했다.

그런데 다음날, 도착한 것은 ‘계약 해지 통보서’였다.


A씨는 단 하루 늦었을 뿐이지만,
에이전시는 이를 이유로 연재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
이미 연재된 60화의 권리도 모두 에이전시에게 넘어갔고,

수년간의 창작 노력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 사례는 가상의 예시이지만,
계약서의 ‘해지 조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실제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작품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계약서 속 해지 조항을 반드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해제 vs 해지 ― 계약을 없던 일로 할 것인가, 중간에서 멈출 것인가


계약을 종료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해제’, 다른 하나는 ‘해지’이다.

해제는 계약을 처음부터 없던 일로 되돌리는 것이고,

해지는 계약의 효력은 지금까지 유지되지만 그 시점 이후로 종료하는 것이다.


웹툰 계약은 대부분 연재가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해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이미 연재된 회차에 대한 저작권이나

MG(선지급금), 원고료 정산 등 복잡한 문제가 함께 얽힌다.
즉, 해지 조항 하나가 작가의 권리, 수익, 경력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즉시 해지’ 조항의 위험성


웹툰 계약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계약 당사자 일방이 본 계약을 위반한 경우, 상대방은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겉보기에 매우 당연해 보이지만,
이 조항은 작가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시 해지’란 말 그대로 사소한 실수에도 곧바로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가가 원고를 31일이 아닌 1일에 넘겼다면,
이 역시 ‘계약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작가가 “하루 늦었을 뿐이다”라고 항변하더라도,
해지 여부는 전적으로 에이전시의 의사에 달려 있다.


결국 작가는 억울해도 계약서에 그렇게 쓰여 있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
한 줄의 문장이 수년간의 연재 경력과 권리를 앗아갈 수 있는 것이다.


ChatGPT Image 2025년 10월 28일 오후 12_23_44.png


해지 조항의 ‘좋은 예’ ― 시정 기회와 예외 조항


그렇다면 어떤 해지 조항이 바람직할까?
핵심은 ‘시정 기회’를 명확히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예시)
“계약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위반한 경우 상대방은 15일의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이 기간 내 시정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러한 조항을 통해 작가는 문제를 바로잡을 시간을 확보하고

단순한 착오나 일시적 지연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양 당사자 모두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모든 경우에 시정 기간을 둘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예외적으로 즉시 해지가 필요한 사안도 있다.

예를 들어, 작가의 성범죄 확정판결이나 사회적 물의 등
더 이상 연재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가 해당한다.

이러한 사안은 시정이 불가능한 중대한 위반으로,
최근 표준웹툰연재계약서에 따르더라도 이런 경우 즉시 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불가항력적 사유 ― 작가의 건강을 보호하는 ‘휴재 조항’


웹툰 연재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소모가 크다.
작가가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를 겪는다면
일시적인 휴재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문장을 계약서에 포함하여,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시)
“작가의 질병, 사고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휴재는 해지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휴재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면
플랫폼이나 에이전시 입장에서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한도를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시)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휴재는 연 2회, 1회당 최대 4주까지 허용한다.”


이처럼 작가의 권리와 플랫폼의 운영 안정성 사이에 균형을 두는 조항이 이상적이다.




계약서를 받을 때, 모든 문장을 세세히 읽지 못하더라도
‘해지 조항’은 반드시 꼼꼼히 확인할 내용 중 하나다.

계약서 조항 하나 때문에 억울하게 작품과 권리를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상담 문의 (이메일) :

gjjung@legalbh.com


브런치 명함.jpg


매거진의 이전글2차적저작물 계약, 이 5가지를 확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