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그 기준과 대응방법
이렇게 예쁜데 결혼 안 한 이유가 뭐야?
점심시간마다 반복되는 상사의 말이다.
처음엔 애써 웃어 넘기던 직원 B씨는 점점 회사에 가기가 싫어졌다.
결국 용기 내어 회사에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했지만,
회사의 첫 반응은 “친해서 한 말이지, 그게 어떻게 성희롱이냐”였다.
과연 그럴까?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세 가지이다.
가해자가 꼭 상사일 필요는 없다. 동료든 누구든 직장 내 지위를 이용했다면 포함된다.
‘농담’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면 성희롱이 될 수 있다.
직접적인 말·행동뿐 아니라,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간접적인 행위도 포함된다.
법원의 판단 기준은
당사자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상황, 횟수, 발언 내용, 주변 반응 등을 종합해 보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는지' 여부다.
가해자에게 '성적 의도'가 있었는지는 필수 요건이 아니다.
최근(2025년 7월) 판결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동료 남성 버스기사가 여성 동료에게 지속적으로 애정표현을 하고,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반복적으로 운행 차량에 탑승하거나 앞좌석으로 이동하는 등의 행동을 한 경우
'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이 인정되었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친근감 표현이 아니라
피해자의 거절 의사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현한 점, 가해자-피해자 간 지위나 업무 관계 등으로 보아 성희롱은 물론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맨 첫 부분 발언 역시
B씨의 거부의사 표현에도 불구하고 반복된다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회사는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담한다.
1) 즉시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 조사 실시
조사는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 피해 근로자 보호조치
근무 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반드시 피해자가 요구하는대로의 조치를 해주어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법원은 '회사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인정 후 78일간 특별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그 이후 피해자가 추가로 3개월 유급휴직을 요청했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한 사안'에서
“추가 유급휴직을 거부한 것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즉, 유급휴가나 유급휴직은 예시적 보호조치 수단이며,
회사 여건·업무 특성·피해자 상태 등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형식적인 조사나 자리 변경만 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3) 가해자에 대한 징계/인사조치
견책, 감봉, 정직, 해고 등 사안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조치를 해야 한다.
4) 비밀 유지 및 2차 가해 금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누설하거나,
신고·진술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회사도 다음과 같은 법적 책임을 진다.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한 경우,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성희롱을 신고하거나 피해 사실을 알린 근로자에게 해고, 전보, 승진 배제 등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민사상 사용자책임]
회사 직원들이 직장 내 성폭력의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 회사는 위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최근 판례에서는 가해근로자와 회사가 공동하여 피해근로자에게 정신적 손해배상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1) 근로자의 경우
- “농담이었다”는 말에 발언이나 행동을 가벼이 여기지 말 것
- 불쾌함·굴욕감을 느꼈다면 즉시 그러한 언행의 중단을 요청하고 관련 기록을 남길 것
- 회사 내 고충처리 절차(인사팀, 고충상담 창구 등)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외부 기관(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도 상담할 것
2) 회사의 경우
- 성희롱 예방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있는지, 교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지 확인
- 성희롱 신고가 있는 경우를 대비하여, 신속한 조사 → 피해 근로자 보호조치 → 징계 여부 결정 절차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
- 징계 수위를 정할 때, 사안의 경중·횟수·지속성·근로관계 유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
직장 내 성희롱은 단순히 '개인 사이의 문제'가 아니며,
회사와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작은 불편함이라도 계속된다면 혼자 참지 말고 기록하고 상담 창구를 찾는 용기가 필요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불편한 사건일수록 숨기지 말고, 법이 정한 절차대로 투명하게 조사하고 조치하는 것이
결국 회사를 지키는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상담 문의 (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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