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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베이터 May 24. 2020

몰입 경험은 패러다임을 바꾼다.  

학창 시절을 돌아볼 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시험 기간만 되면, 만화나 소설 TV 프로그램 등이 그렇게 재밌는 일이다. '원래 이게 이렇게 재밌었나' 하는 생각이 들며 완전히 빠져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시험기간이 끝나면 이전만큼 흥미가 생기거나 재미있지 않았다. 보통 공부하기 싫으니까 그런 게 재미있게 느껴지고 만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원리가 하나 있다. 바로 ‘몰입도’이다. 시험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식의 몰입도가 높아진 것이다. 시험 기간 중에 높은 몰입도가 유지되면서 시험공부가 아닌 다른 활동에서도 강한 몰입이 생기는 원리다. 시험이 끝나면 명확한 목표는 사라지고, 아쉽게도 우리의 의식의 몰입도도 낮아진다. 강한 몰입을 경험할 때 우리는 특별한 순간들로 삶이 채워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 이때 우리는 삶에 대한 생생함을 경험한다. 하지만 몰입도가 낮은 시간들은 그저 그렇고 그런 일상으로 지나가고 만다.



몰입은 평범한 일상에 특별함을 선사한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오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바쁘고 치열한 이미지보다는 여유롭고 편안한 이미지일 것이다. 맞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긴장하고 있을 때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편안하고 이완되어 있을 때 주로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살펴봐야 한다. 경험을 주의 깊게 돌아보자. 실제로는 시간이 많고 편안할 때 무조건 행복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시간이 많고 딱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 우리는 불쾌한 감정도 많이 느낀다. 이 때는 보통 의식이 산만하다. 그러다 보면 출처를 모르는 온갖 걱정거리가 내 머리에 노크를 한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 걱정거리에 빠지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감정은 둑을 무너트리고 범람하는 물처럼 우리 마음을 차지한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는 행복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면서 말이다. 그가 고안해낸 경험 표집 법(실험 참가자에게 통신기기를 통해 신호가 전달되면 참가자는 자신의 정서 상태 등에 응답하는 실험법)을 통해, 행복의 다른 면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굉장히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때 보다 일상에서 몰입감을 경험했을 때, 몰입 경험 직후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자. 얼마나 많은 일들을 기억해낼 수 있나? 그 순간들 중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얼마나 되나?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일상은 그렇고 그런 순간들로 채워진다. 하지만 그 시간 가운데 강하게 몰입을 경험했거나 하는 순간들은 명확하게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몰입의 순간은 일상의 평범한 옷을 벗고, 특별하고 화려한 옷을 선사한다.


몰입은 칙센트 미하이에 의해 발전된 심리학 이론이다. 몰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우리의 의식과 행동이 하나가 되고, 특정한 일에 완전히 빠져 들어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이때 모든 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에 몰입은 물의 흐름과 같다고 해서 flow라고 명칭 된다. 몰입은 행동 그 자체만으로 목적이 된다. 몰입의 경험이 즐겁고, 특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들은 그 일을 통해 보상을 얻으려고 한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이나 인정, 기회 등을 얻기 위함이다. 일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몰입은 그 일이나 행동 자체가 보상이 된다.


일상에서 몰입을 경험하려면?


그럼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몰입은 특별한 순간에만 경험하는 일이 아닌가? 뭔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인데? 물론 몰입은 특별한 순간이고, 강한 몰입을 경험하는 일이 일상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몰입 이론이 밝히고 있는 몰입의 조건은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일상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2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몰입도를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 몰입은 의식의 상태나 수준에 의해 가능해진다. 의식이 산만하거나 온갖 생각들과 외부 자극에 반응할 때 몰입을 경험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몰입도 자체를 의식하고 이를 관리해야 한다. 일단 자신 스스로 어떤 상태가 산만하고 몰입도가 낮은 상태인지, 반대로 하나에 온전히 몰입하고 의식의 산만함이 사라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산만한 상태는 생각이 번잡하고 주변 자극에 이리저리 방황할 때이다. 이럴 때는 매우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도 버겁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쉽게 그 일을 미루고, 그 미룬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몰입도가 높을 때는 평소에 어렵게 느껴진 일도 쉽게 해낸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도 생기기에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나’하는 생각을 통해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얻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몰입도를 의식하지 못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노력을 하지 못한다. 일정 수준의 독서는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산만한 상태에서는 글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해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읽는 일이 재미없고, 힘들다. 하지만 차분하게 앉아서 20~30분 책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책 내용에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



 몰입 경험을 위한 또 다른 조건은 명확한 목표와 피드백을 인식하는 일이다. 우리는 대부분 목표를 세우고 일을 진행한다. 목표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그 목표를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일은 다르다.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할 때는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이 일이 지루하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하려면 현재 내가 하는 행동에서 목표와 관련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칙센트미하이가 몰입의 조건에서 첫 번째로 강조하는 명확한 목표와 그와 관련된 피드백에 대한 내용이다.


목표와 피드백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일을 제대로 보여주는 활동은 ‘다트’다. 다트에는 여러 게임이 있지만, 보통 합산을 통해 일정 점수를 달성하거나 정해진 점수를 제로(zero)로 만드는 플레이 방식이 있다. 다트를 할 때 사람들은 내가 달성해야 하는 점수와 실제로 내가 다트를 던져서 얻게 되는 점수를 계산한다. 그렇게 계산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몰입도가 올라간다. 다트를 던져서 얻은 점수는 내가 얼마나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의 많은 일들은 다트와 같이 빠르게 몰입도를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모호하거나 순서가 헷갈리거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겨우 성과물을 얻을 수 있는 일들 투성이다. 이럴 때는 ‘쪼개는 기술’이 필요하다. 시간과 할 일을 쪼개는 일이다. 글쓰기로 예를 들어보자. 글을 한편 쓰는 일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머릿속에 떠오른 온갖 생각과 당야 한 정보에 논리를 입혀 흰 종이를 가득 채워야 한다. 하지만 글을 쉽게 쓰는 사람들은 효율적인 글쓰기 전략을 가지고 있다. 프로세스가 탑재되어 있는 것이다. 글감을 찾는 일, 구성을 만드는 일, 글을 구체화하는 작업 작업, 퇴고 작업 등 말이다. 글 쓰는 과정을 쪼개고 이를 명확하게 인식하면, 목표를 보다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내가 하려는 일이 글감을 찾는 일인지 구성 작업을 하는지, 퇴고를 하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완성하려고 노력하면 보다 쉽게 글 쓰는 일에 몰입할 수 있다.  


글을 쓰는 동안 몰입을 하려면 시간을 구분하는 게 좋다. 시간을 정하지 않으면 뇌는 언제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부담을 느낀다. 글감을 찾는 일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낼지, 퇴고 작업은 언제 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정하면, 해당 시간에 무엇을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형태가 명확하게 보인다.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서 세워둔 목표를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글을 쓰는 노력이 얼마나 목표에 가까워져 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목표와 피드백에 명확하게 인식하면, 사람은 눈앞에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 이때 몰입도는 급속도로 올라간다. 시간에 제한을 두는 작업은 부담되고 지루한 일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전략이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긍정적인 경험을 추구하고 불쾌한 경험은 피한다. 그런 면에서 몰입은 긍정적인 동기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몰입을 경험하면 또 그 일을 통해 몰입을 경험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몰입 경험 후에 오는 만족감, 행복, 희열은 일상의 다양한 일을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든다. 일상이 지루하고 의미 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이 많다고 느껴진다면, 특별한 일을 찾기보다는 몰입을 통해 특별한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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