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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베이터 May 31. 2020

핵심기억을 관리해야 한다.  

발표 불안이 생겼다. 


현재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거나 말을 할 기회가 많다. 여전히 발표 전에 경험하는약간의 불안감이 있지만 이제는 앞에서 말하는 일을 즐기고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과거에 발표 불안을 겪었다. 발표 불안이 생긴 건 대학에서의 발표경험 때문이었다. 팀프로젝트 과제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 앞에서 발표를 했다. 그런데 막상 준비한 내용을 말하려고 하니까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등줄기에서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학생들을 둘러보니 내 말에 집중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고, 몇몇은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교수님도 내 발표에는 집중하지 않는 듯 보였다. 내가 발표하게 만든 팀원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 경험 이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일이 생기면 발표 전날 불안감에 잠을 설쳤다. 과거의 불안, 창피함, 당혹스러운 경험이 반복될까 두려웠던 것이다. 


경험과 기억은 핵심 기억을 형성한다. 


일상에서 경험은 기억 속에 저장된다. 그 중 의미 있거나 강한 자극을 줬던 기억들은 장기기억에 저장되고 무의식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은 나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발표 불안을 겪은 경험은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상황은 위험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형성한다. 발표 불안이 심한 사람들은 발표하는 상상만 해도 불안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영향력은 강하다. 어떤 사람과 즐거운 경험이 많았다면 그 사람은 편하고 좋은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 사람과의 만남이 기다려지고 그 사람을 찾게 된다. 반면 불편한 감정을 많이 겪은 관계는 피하게 된다. 그 사람에 대한 인식마저 바꾼다. 이처럼 경험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그 메시지는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심리적 프레임을 형성한다.


심리적 프레임은 사고의 틀이다. 인간의 뇌는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프레임을 사용한다. 우리는 특정한 상황을 판단하거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과거의 경험, 가치관, 신념에 의존한다. 맥락적 사고를 한다는 말이다. 이런 프레임에 큰 지분을 가진 것은 바로 핵심기억이다. 의미있는 기억, 반복된 경험은 핵심기억으로 형성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활발하고 긍정적이었던 주인공 레일리가 갑자기 우울해지고 에너지가 축소됐던 이유는 슬픔이라는 핵심기억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핵심기억이 강력한 이유는 쉽게 발견되지 않고 무의식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핵심기억이 형성됐는지 그리고 그 핵심기억이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한다. 


핵심기억의 견고한 벽이 무너지고 새로운 핵심기억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핵심기억의 영향력을 이해하고 핵심기억이 형성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핵심기억은 달라질 수 있고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프레임도 변화될 수 있다. 


어떻게 경험과 기억을 관리할 수 있을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경험과 기억은 메시지를 남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일상에서의 크고 작은 경험들은 나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발표 불안의 경험은 '발표는 위험한 상황이고, 나는 발표를 잘 해낼 능력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경험과 기억은 메시지를 형성하고 그 메세지는 핵심기억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경험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메시지를 만든다. 발표 때 불안함을 경험한 일은 발표를 망쳐버렸고,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는 해석 때문이다. 나는 현재 그 상황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은 누구나 불안을 경험하는 상황이다. 자료를 정리하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미리 연습했다면 그렇게 당황하거나 불안하지 않았을 상황이다. 그리고 실제로 내 이야기에 집중했던 학생들도 많았고, 교수님도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부정적인 정보에만 집중했던 내 생각은 잘못된 해석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경험이 잘못된 핵심 기억을 만들지 않게 하려면, 합리적인 증거를 통해 나를 변호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불안하거나 두려운 감정을 겪으면, 순간적으로 그 상황을 인식하고 생각을 만든다. 이러한 생각은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나는 우리팀 발표를 망쳤어.',  '나는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어.',  '나는 발표를 잘해낼 능력이 없어.’ 라는 생각은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생각은 믿음으로 바뀌고 사람들은 그 믿음이 잘못된 믿음임에도 그 믿음이 옳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이러한 믿음이 내 핵심기억으로 발전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를 변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 곰곰이 생각해 보는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상황을 불안해해', '나만 그런 건 아니야, 잘 생각해 보면 내 발표에 집중했던 친구들도 많았어',  '효과적으로 발표 준비를 하는 방법을 알고 충분히 연습한다면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은 부정적인 사고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변호해 낸다. 동일한 경험이라도 인식과 해석에 따라 핵심기억의 재료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우리에게는 자신만의 해석 틀이 존재한다. 세상을 위험이 가득한 곳으로 인식한 사람은 모든 상황을 불안이 잠재된 상황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도전으로 인식하고 그 도전은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로 해석한다. 세상을 보는 인식 틀이 전혀 다르다. 물론 선척적으로 긍정성이 뛰어난 이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의 경험과 기억이 만든 핵심기억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렌즈로 작용한다. 삶에 존재하는 다양한 도전을 기회로 인식하고 성장하려는 동력을 얻으려면, 경험과 기억을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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