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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베이터 Jul 04. 2020

우리는 습관이라는 덩어리에 뒤엉킨 채 살고 있다.


바쁜 일정을 쪼개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코딩 공부다. 코딩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는 웹이나 어플을 통해 심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서다. 나는 의지를 발휘하고자 내가 왜 코딩 공부를 하려고 하는지, 그 일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다. 강한 의지가 생겼다. 하지만 굳은 의지는 너무나 쉽게 꺾이고 말았고, 시작만 반복하고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코딩 공부를 지속하지 못했다고 핑계를 댔지만, 나의 동기부여 전략은 지속성을 만들지 못하고 실패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시작하면 뇌가 어떤 일을 시작하면 그 일에 몰두하고자 한다. 작업 흥분이 발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를 만들어 주는 건 시작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하기 싫고 의무적인 일도 지속하면 성과를 만든다. 이렇게 성과가 생기면 다시 흥미와 관심이 생기고 행동은 선순환의 구조에 올라탄다 그렇다면 지속성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무엇일까? 강한 의욕? 내적인 동기? 보상에 대한 기대? 동기가 중요하다고 침 튀기며 말하는 나이기에 ‘그렇다’도 선뜻 답하고 싶다. 그러나 심리학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심리학은 지속성을 이끄는 주인공은 습관이라고 말한다. 


믿음을 바꾸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사실이라고 믿는 믿음은 생각을 바꾼다. 생각은 내 안에 있는 믿음 체계 위에서 작동한다. 습관에 대해서도 특정한 믿음이 습관에 대한 생각과 접근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믿음은 ‘나는 대부분의 행동을 의지와 의도를 갖고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믿음이 습관을 이해하고 습관을 설계하는 일을 망친다. 습관은 의식이 만드는 행동이 아니라 무의식이 만드는 자동화된 행동이다. 우리의 행동과 삶을 지배하고 있는 건 고차원적 사고를 하는 내 의식이 아니라 습관 인지도 모른다. 


습관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의견에 반감을 가질지도 모른다. 추상화된 개념을 사고하고 논리적 사고로 문명을 창조한 인간의 존재를 무시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 행동은 습관에 철저한 지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습관을 지배할 수 있다. 다만 나의 행동은 대부분 습관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하다. 


이미 형성된 습관을 활용하라 


감사하게도 심리학은 우리를 위해 습관에 대한 정밀한 연구결과를 쏟아냈다. 이러한 결과들은 실제로 습관을 바꾸고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아이디어는 바로 ‘이미 형성된 습관을 활용하라’이다. 오랜 반복을 통해 이미 형성된 행동 습관은 안정적인 습관 형성의 환경에 둘러 쌓여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기존의 습관에는 행동을 자극하는 강력한 신호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상황, 감정, 시각이나 청각 등의 감각적 자극 등이 그런 신호다. 이 중 하나의 자극만으로도 매우 빠른 속도로 행동이 자극된다. 


나는 저녁을 먹은 후 편하게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습관이 있었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3시간 정도는 순삭이다. 유튜브를 보는 습관적 행동에는 강력한 신호 조건이 존재한다. 저녁식사 후라는 상황, 저녁이라는 시간, 방안이라는 장소, 무료함을 느끼는 감정 등이 그렇다. 내 뇌가 이 중 하나의 습관만 발견해도, 나는 이미 빨간색 유튜브를 과감하게 열고 있다.


현재는 유튜브로 시간을 낭비하던 습관을 독서하는 습관을 바꿨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미 형성된 습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유튜브를 볼 때와 같은 조건을 유지한 채, 유튜브를 보는 행동만 독서로 바꿨다. 다양한 신호들이 행동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하고 신호가 자극하는 행동만 쏙 바꿨다. 이를 위해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독서를 통해 어떤 위대한 결과를 얻을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꽤 오랜 기간 저녁시간에 독서를 하는 행동은 지속됐다. 습관으로 자리 잡은 안정적인 신호가 도와준 결과다. 


연결하라 


습관을 설계에 고수가 되고 싶다면 연결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 강조하고 싶은 연결은 세 가지다. 첫째는 ‘시간과 행동의 연결’, 둘째는 '상황과 행동의 연결', 셋째는 '행동과 행동의 연결'이다. 


시간과 행동을 연결해야 한다. 나는 항상 같은 시간에 커피를 마신다. 커피 마시는 일을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특정  시간만 되면 내 몸이 커피를 간절히 원한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커피 물을 끓이고 있다. 우리 몸은 시간을 인식하는 생체 신호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시간인식 및 신체 신호가 습관적 행동을 만드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 요일 및 시간을 고려하고 특정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반복해 보라. 몸에서 강한 생체 신호를 보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상황과 행동을 연결해야 한다. 출퇴근길에 많은 시간을 사용할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책을 보거나 영어공부를 하려는 시도를 많이 해봤을 것이다. 습관으로 형성되지 못했던 이유는 출퇴근이라는 상황이나 지하철 안이라는 장소가 독서나 영어공부의 습관 신호로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면, 의도적으로 지하철에 올라타면 영어방송을 듣거나 책을 펴야 한다. 많은 고민을 해서는 안된다. 그냥 미리 계획하고 지하철에 올라타면 그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책을 읽히지 않고, 영어가 들리지 않아도 괜찮다. 내용이 들어오는 순간은 안정적으로 습관화된 이유다. 그 전에는 나의 의식이 출퇴근 시간에도 이러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행동과 행동을 연결해야 한다. 저녁 식사 후 유튜브를 보던 습관을 독서하는 습관으로 바꾸기 위해 나는 저녁 식사 후에 하는 작은 행동을 연결했다. 바로 '양치질이라는 행동'과 '독서대를 펴는 행동'을 연결한 것이다. 나는 양치질을 하면서 책상 위에 독서대를 편다. 독서를 한다는 행동은 부담을 주지만, 독서대를 펴는 행동은 큰 심리적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행동 하나가 추가되면서 독서에 대한 부담은 확연하게 줄어든다. 심리적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행동이 있다면 그 사이에 매우 사소하고 작은 행동을 연결해 보라. 행동과 행동이 연결되며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신호가 만들어진다. 





우리 삶은 수많은 습관에 뒤엉켜 살고 있다. 습관은 무의식이 만드는 결과이기에 우리는 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움직이는지 의식하지 못한다. 습관을 컨트롤하고 설계해서 원하는 성과를 얻고자 한다면 믿음을 바꿔야 한다. 수많은 크고 작은 습관이 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인정할 수 있어야 비로소 습관으로부터 주도성을 되찾아 올 수 있다. 습관을 바꾸기 위한 수많은 전략을 익히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삶은 이미 습관으로 덩어리 져 있고, 그 습관이 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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