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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베이터 Aug 23. 2020

변화를 원할 때 간과해선 안될 것

우리 몸에 주목해야 할 때

등이 가려웠다. 모기에게 습격당한 듯했다. 문제는 내가 스스로 긁을 수 없는 곳을 공략했다. 너무 가려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모기가 여러 곳을 물었다. 융단폭격이다. 억울했다. 그런데 출근 중에 이성을 되찾고 생각해 보니 물린 자국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자국이 컸고 하나의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오전 중 몸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모기에 물린 자국이 몸이 좋지 않다는 신호는 아닌지 생각했다.


의심을 품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대상포진일 수도 있다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점심시간에 피부과를 방문해서 진단을 받았다. 대상포진이 맞았다. 한참 젊은 나이에 대상포진이라니.. 주로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걸린다는데, 그토록 면역력이 약해졌는지 몰랐다.


대상포진으로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던 중, 이전에 사둔 에이미 커디(Amy Cuddy)의 '프레즌스(Presence)'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교수로 테드(Ted)에서 일상 속 자세, 표정, 행동 등이 개인의 호르몬과 감정, 에너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해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녀의 책을 읽었고,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대상포진에 걸리게 된 이유를 발견했다.


당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기대하던 일들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았고, 이전에 자신하던 목표들은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내 자세, 표정, 행동이었다. 나는 압박감에 몸이 항상 말려있었고,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발을 질질 끌며 걷고 있었다. 늘 조급하게 말하고 행동했고,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스스로 약하고, 현재 상황을 통제할 수 없고, 원하는 목표에 압도되고 있다고 내 몸과 행동, 표정으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에너지가 축소될 때 취하는 자세]


무엇이 감정과 에너지에 영향을 줄까?


뇌과학은 인간이 감정을 느끼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우리는 우울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표정을 짓고, 자세를 취하고 행동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뇌과학이 밝힌 사실은, 인간은 우리의 몸이 특정한 감정에 어울리는 자세나 표정을 만들 때 뇌가 그것을 인식하고 그에 어울리는 감정을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위대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전한 메시지와 일치한다. 그는 길에서 곰을 만나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 뇌가 곰을 보고 몸이 얼거나 도망가려는 몸의 반응을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뇌과학이 그의 말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를 발견한 것이다.


에이미 커디는 몸을 확장시키는 자세를 일정 시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호르몬과 에너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몸을 확장시키는 자세, 그러니까 양 손을 허리에 두고, 다리를 벌리는 자세(슈퍼우먼 자세라고 한다),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쭉 펴고 양 손을 뒤통수에 대고 있는 자세를 취한 이들은 테스토스테론(사회적 힘을 지니고 있다고 인식할 때 상승하는 호르몬)이 늘어났고, 코르티솔(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은 줄었다. 반면 몸을 웅크리고 양손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력한 자세는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했다. 자세가 우리의 호르몬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증거였다.


자세만이 아니다. 우리가 평소 짓는 표정, 말하는 방식, 걸음걸이 등도 우리의 감정과 에너지를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우리는 평소 내 표정을 보는 상대방이 존재할 때 표정을 신경 쓰고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 스스로 인식하는 표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함을 말한다.


[에너지가 확장될 때 취하는 자세]




변화는 생각, 감정, 행동을 일치시킬 때 일어난다.


대상포진으로 고통을 겪은 이후 나는 평소 내 자세와 표정, 그리고 행동에 주목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몸을 확장시키려고 노력했고, 큰 보폭으로 경쾌하게 걸으려고 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낮은 톤으로 천천히 말하고 여유롭고 당당하게 행동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저항이 일어났다. ‘이런 행동은 현재 상황과 어울리지 않아.’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어색했다. 하지만 저항을 이겨내고 그런 행동을 유지할 때 뇌는 내 자세와 표정, 행동에 일치하는 감정을 만들어냈고, 그 감정에 어울리는 에너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압박감을 느낄만한 상황에서도 압박감 대신 통제감을 느꼈으며, '이제 지쳐서 못하겠어, '라고 생각하며 중도에 포기하던 태도도 지속성을 이어가는 행동으로 달라졌다.


일상 속에는 우리가 부딪히기 원하지 않는 많은 사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건들에 반응한다. 작은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나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하고 때로는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감정은 곧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은 우리의 소중한 에너지를 끊임없이 소비시킨다는 것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높은 의욕을 유지하고, 활기를 갖고, 목표로 한 일은 꾸준한 지속성을 통해 성과를 얻고 싶어 한다. 이제는 우리가 평소 취하는 자세, 표정, 행동에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뇌는 자세와 행동에 감정과 에너지 수준을 일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계해야 한다. 변화는 생각, 감정, 행동이 일치할 때 효과적으로 일어난다.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자세와 행동이 우리의 일상 속 의욕과 에너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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