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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베이터 Aug 21. 2021

조기퇴사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


조기퇴사가 늘고 있다. 고액 연봉, 안정된 직장임에도 과감하게 사직서를 던지고 직장 밖으로 나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9년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퇴사자 발생 여부를 확인한 결과, 입사 1년 미만 신입사원 중 74.8%가 퇴사자가 있다고 답했고, 이는 전년 대비(66.2%) 8.6% p 증가한 수치다. 해당 결과가 2019년 조사 결과이니, 현재는 더욱 늘었으리라 본다. 


일부 기성세대는, ‘요즘 어린애들은 어려움을 참지 못한다.’, ‘집단생활에 적응을 못한다.’,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시각이 부족하다.’라고 혀를 찬다. 하지만 꼭 그런 이유로 인함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기퇴사 현상은, 변화하는 사회를 보여주고, 새로운 세대의 생각과 태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가 삶을 대하는 방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는 국가 주도의 산업 성장을 통해 놀라울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물론 독재정부의 등장과 이념 갈등, 민주화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 속에 살았지만, 기성세대는 고성장 시대를 살았고, 많은 사회적 기회를 얻었다. 


2000년대가 시작된지도 20년이 넘었다.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지 오래이고, 고금리 예금을 통한 부의 축적은 역사 속 이야기가 됐다. 사회는 양극화, 지독한 취업난,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롤모델로 여겨지고 있지만, 곧 곪아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MZ 세대는 이러한 시대에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여전히 경기는 어렵고,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조차 어려운 시대다. 이런 시기에 조기퇴사 열풍이 늘고 있다니.. 희한하다. 부모님 때와는 달리, 직장 월급으로는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인한 노동 가치의 절하가 한몫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건, 새로운 세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삶을 이해하는 방식,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를 고민하는 태도가 변했다. 이러한 변화가 조기퇴사의 열풍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음은, MZ세대가 감각에 예민하다는 것,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체험을 중요시한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직접적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관념보다는 실존적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함을 보여준다. 기성세대는 고도성장의 흐름 속에서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서둘러 뛰는 삶을 살았다. 성공은 관념 속에서 존재했지만, 확신에 가까웠고, 이는 하나의 집단 무의식과 같았다. 하지만 MZ세대는 더 이상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자신의 삶을 불태우려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현재의 삶이며, 실존적 체험이다. 


MZ세대는 자신의 자아와 삶이 긴밀하게 연결됐으면 하는 욕구가 강하다. 자아적 욕구와 삶이 동떨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삶에서 실현하고 싶어 한다.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을 선호하고, 그 제품을 소비하는 ‘가치 소비’도 젊은 세대의 태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들은 성공보다는 ‘삶의 질’, ‘삶의 만족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MZ 세대에게도 '안정적인 삶', '사회적 성공', '사회적 주류 입성'에 대한 욕구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은 가시적 성공 등의 외부 피드백이 아닌, 자신의 내면이 반응하는 내적 피드백에 더 무게 중심이 실린다. 


MZ 세대는 삶과 내면, 직업과 일을 분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직업적으로 실현하기 원하고, 그로 인해 '삶의 의미와 만족'을 얻으려 한다. 삶의 요소들이 분리되는 것을 불안해한다. 자아를 중심으로 직업, 삶, 내면이 긴밀하게 연결되길 바란다. 







조기퇴사의 증가 현상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업을 선택하는 태도는 삶을 대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래서 난 조기퇴사 열풍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싶다. 전혀 새로운 태도로 자기 삶을 대하는 세대의 등장, 사회적 변화는 이들의 태도와 함께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폐쇄적인 성향이 강하고, 과도한 교육열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자아를 탐색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 부모의 과도한 밀착마크는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가치 갈등을 낳고,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당위적 과제와 개인의 삶의 의미 사이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사회는 그 세대가 자신의 삶을 펼칠만한 안전한 장이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조기퇴사를 하고 새로운 길을 향한 이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그들의 용기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무작정 달려가는 삶', '개인의 자아를 무시하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삶'에 메시지를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조기 퇴사한 한 유튜버의 고백이 생각난다. 


"조기 퇴사 왜 했냐고요? 그전까지 한 번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스스로 그 질문을 하고 나니, 그 질문에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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