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베이터 Sep 26. 2021

나다움을 찾고 싶은데, 어떡하지?



내겐 부러움의 대상이 있다. 큰 명예를 누리고 있거나, 거대한 부를 소유하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다움을 소유한 사람이다. 자기 스타일이 분명한 사람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결을 가지고 있고, 그만의 향을 풍기는 사람이다. 차별화된 멋을 뿜어내는 사람이다. 난 그런 사람들이 참 부럽다.


이런 이들이 부러운 이유는 자기다움의 중심을 잡고 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어느 누군가가 되기 위해 매달리지 않고, 나다움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나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가만히 있어도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어린 시절, 나는 나다움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나답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나 자신이 싫었다. 예민한 성격, 특별한 것 없다고 느껴지는 능력,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내 환경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였음 했다. 그 사람의 삶과 내 삶이 바뀌었으면 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수치심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느 순간부터 나를 찾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지닌 강점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타인을 동경하고, 그들을 쫓는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달았다. 주변 사람과의 비교를 끊어내자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일에 가치를 느끼는지가 선명해졌다. 나다움을 갖고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심리학자 브라이언 리틀 교수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개인적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그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적 프로젝트는 내게 의미를 제공하는 일들이다. 내가 가치를 두고 소중하게 여기는 일들이다. 개인 프로젝트는 나의 성격적 특징, 가치관, 경험, 사회적 환경이 반영된 일이다. 그 일에 참여하며 나를 더욱 이해하고, 의미를 채울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그 일에 집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우리는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에 쉽게 흔들리고,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쉽게 잃어버린다. 나만의 개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나다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다움을 찾는 일'은 '컨셉 찾는 일'이다. 



나다움을 찾고 완성하는 일은, 컨셉을 발견하고 '컨셉을 다듬는 일'과 같다. 컨셉은 분야를 막론하고 강한 힘을 갖는다. 탁월한 브랜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제품 중 모호한 컨셉을 가진 것은 없다. 수많은 팬을 만드는 콘텐츠도 컨셉이 완성시킨다. 


그렇다면 도대체 컨셉은 무엇이며, 컨셉은 어떻게 자기다움을 찾는 일을 도울까? 


컨셉에 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 사실 컨셉은 복잡한 개념이다. 심리학, 철학, 현상학, 경영학(특히 마케팅) 개념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컨셉에 대한 정의도 다양하다. 나는 그중 숭실대 김근배 교수가 콘셉트의 어원적 설명을 보탠 정의에 주목한다. 김근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컨셉Concept)의 어원은 라틴어 ‘Conceptus’로, Con(함께)와 cept(잡다, 취하다)가 합쳐진 단어라고 한다. 컨셉은 여러 요소가 하나로 꿰어질 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제품 컨셉으로 예를 들자면, 기업의 핵심 가치, 브랜드 정체성, 제품의 특장점, 소비자의 니즈, 사회적 배경 속 시장 상황 등을 하나로 관통하여 꿸 때 좋은 제품 컨셉이 탄생한다. 


컨셉의 정의를 생각해 볼 때, '자기다움을 찾는 일'도 '컨셉 발견하는 일'과 같다. 우리는 타인에게 '나에 대해 설명하는 일'에 서툴다. 평소 나에 대해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질, 능력, 과거 경험, 생각, 감정, 꿈, 사회적 환경 등, 나를 둘러싼 여러 요소가 분리되어 머릿속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자기 콘셉트가 잡혀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나를 이루는 여러 요소가 하나로 꿰어질 때, 자기 콘셉트가 생기는데 꿰는 힘이 부족하니 나를 표현할 수 없다. 


자기다움을 찾는 일은 자기중심을 찾는 일이다. 그런데 나를 이루는 요소들이 분리될 때는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 중심이 없으니 이리저리 흔들리고,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연결될 때는 힘을 갖는다. 나를 둘러싼 여러 요소가 하나로 꿰일 때 자기 컨셉이 완성되고, 이러한 자기 컨셉은 나다운 삶을 지탱하는 중심점을 이룬다. 


컨셉은 우리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좋은 컨셉은 집중을 유도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콘셉이 집중을 만드는 힘을 이해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초반에 다양한 컨셉을 시도하다, 유재석의 부캐 캐릭터 설정을 통해 중흥기를 맞았다. 신인 트롯 가수라는 컨셉을 통해 사람들은 더이상 성공한 방송인 유재석 캐릭터를 잊고, 새롭게 도전하는 유산슬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했다. 어설프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유재석의 태도와 모습은 유산슬 캐릭터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의 도전을 응원했다. 신인 트롯 가수라는 부캐 컨셉은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했고, 그 컨셉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컨셉이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든 것이다. 


나다움을 찾는 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컨셉을 정교하게 다듬을 때, 컨셉에 집중할 힘이 생긴다. 컨셉이 집중을 돕는 심리적 프레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프레임은 심리적 틀이다. 우리 뇌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각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기존에 형성된 프레임에 따라 맥락적으로 사고를 이어간다. 편견이 생기거나, 정치적 성향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도 프레임 때문이다. 


자기 컨셉이 생기면, 컨셉에 맞는 프레임이 생긴다. 우리는 이 프레임 안에서 내가 할 일, 집중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다. 프레임 안에서 나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나답게 살기 위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자기 컨셉을 통해 만든 프레임에는 타고난 기질과 성격, 과거 경험, 가치관, 현재 상황, 사회적 환경 등이 적절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프레임이 견고해질수록, 우리는 자기 컨셉에 맞는 일에 자연스레 집중한다.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게 만드는 일을 무시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나답지 않는 일에 매달리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MBTI를 안다고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MBTI를 비하할 뜻은 없다). 성격적 특성을 아는 일만으로 나를 이해하고 나다움을 찾기는 어렵다. 성격을 포함해서 나를 둘러싼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민해보고, 현재 상황, 사회적 기회, 시대 변화 등을 두루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자기 컨셉을 찾는 일은 나다움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다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나다움을 찾고 싶다면, 내 컨셉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