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베이터 Mar 06. 2020

동기 자극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는 매우 익숙하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설명이 어려운 단어들이 있다.  보통 추상적 개념이 그렇다. ‘동기’는 심리를 설명하는 추상적 개념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개념에 대한 이해가 어려울 때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개념적 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동기’에 대한 이해를 돕는 효과적인 개념적 틀은 무엇일까? 나는 ‘접근동기와 회피동기(Approach Motivation and Avoidance Motivation)’라고 생각한다. 접근동기와 회피동기에 대한 고민은 그 역사가 깊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도 인간에 대한 다양한 고민 중 ‘동기’에 대해 집중했다. 그리고 사유의 결과로  ‘쾌락주의’라는 철학적 사상을 고안해 냈다. 학창시절 서양 철학을 공부하면서 ‘에피쿠로스 학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설명한 학파로 유명하다. ‘쾌락주의’로 인간의 본능과 행동을 설명한 것이다. 근대시대 철학자 중에는 벤담이 공리주의로 쾌락주의의 아이디어를 이어받았다. 그는 인간의 행동동기를 쾌락 또는 행복으로 보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강조했다. 


철학자들의 고민을 심리학자들이 이어받아 보다 구체화되었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고 불쾌함이나 고통을 피하려고 하는 심리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증명하고자 오랜 시간을 보냈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분석해서 동기를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로 설명했다.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여러분이 점심식사 후 직장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갔다. 최근 오픈한 매장이라고 하자. 아마도 새로운 커피숍이다 보니 커피맛과 분위기는 어떨지 궁금해하며 그곳에 방문했을 것이다. 만약 그곳에서 마신 아메리카노 맛이 인상적이고 원두도 훌륭하다고 느끼고 향도 좋았다면, 그리고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고, 그곳에서 편안하고 기분좋은 경험을 했다면 어떨까? 다음에도 그 커피숍을 방문하고 싶을 것이다. 좋은 커피맛의 경험과, 편안하고 즐거운 감정이 보상으로 작용해 접근 동기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만약 커피맛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인테리어도 뭔가 어설프고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자. 그리고 심지어 종업원의 서비스에서도 불친절함을 느꼈다. 다시 그 곳에 가고 싶을가? 커피숍에서의 경험은 당신에게 불쾌함을 전달해줬고, 그 커피숍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불쾌함을 피하고자 하는 회피동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접근동기는 항상 긍정적이고, 회피동기는 좋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눈 앞에 놓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접근동기와 회피동기 모두가 필요하다. 사실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는 함께 존재할 때가 많다. 양치질을 하는 동기는 치아 건강을 얻기 위한 접근동기도 있지만, 칫솔질을 하지 않아 냄새가 나거나 입안에 불편함을 느끼고 싶지 않는 회피동기도 존재한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효과적으로 목표를 성취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함을 강조한다. 목표에 대한 장기적 관점에서는 접근동기가 효과적이다. 내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행동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마감기한이 다가올 때는 접근동기 보다는 회피동기가 더욱 효과적이다.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프로젝트 마감일이 다가올 때 접근동기만 유독 활성화된다면, 지나친 낙관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 과도하게 낙관주의로 빠진 생각은 무책임한 태도를 낳는다. ‘데드라인 효과’가 괜히 나온게 아니다. 


앞선 연재글은 주로 접근동기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상적 자아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그러한 자아의 모습을 얻기 위해 심상훈련으로 접근동기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자극이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김경일 교수의 설명과 같이 단기적 목표나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과제 앞에서는 회피동기가 적절하게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접근동기와 같이 회피동기 자극을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회피동기 자극에도 심상훈련은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의 감정과 그 감정을 저장한 기억에는 ‘불쾌함’의 기억이 존재한다. 그 기억은 구체적인 상황일 수도 있고 여러분의 자아상일 수도 있다.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목표달성에 실패할 때 우리는 실망감이나 패배감, 열등감 등의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러한 감정에 오래 머무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변 관계가 깨어져 고립된 감정을 깊이 느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타인과 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관계성’에 대한 욕구는 매우 깊은 욕구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인간의 기본 심리요구로도 설명한다. 아무도 내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면 그 경험이 얼마나 나를 고통으로 몰아가는지 잘 알 것이다. 


회피동기를 자극하고자 한다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내가 원하지 않는 기억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자. 현재 눈 앞에 놓인 시험공부나 프로젝트 과제 수행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과거의 고통스런 경험과 감정이 반복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한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는 욕구는 여러분의 회피 동기를 자극하고, 눈 앞에 놓인 목표에 집중하도록 도울 것이다.


이러한 회피동기를 강하게 자극하는 생각이 있다. 그건 바로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됐다는 생각은 그 상황을 피하고 싶은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고 강력한 회피동기를 이끌어 낸다. 


동기를 자극하는 일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는 위험하다. 회피동기를 통해 일어난 위기의식은 태만함에 경종을 울리고, 강한 의지와 의욕을 갖게 한다. 회피 동기가 즉각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고 그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 더 이상은 그 감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는 감정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분명하게 알고 싶다면 여러분의 기억에 집중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어떤 경험이 반복되지 않기를 원하는가? 어떤 상황은 피하고 싶은가? 그걸 알고 회피동기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행동을 이끌어내고 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