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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Apr 25. 2024

인연이 없나보다.

이른 아침 지인 언니가 드라이브를 가자고 했다.  셋이 가려고 했으나 한 언니가 성당에 간다고 하여 둘만 가게 되었다.

지인 언니가 직접 볶은 커피를 차에 싣고 차를 타고 삼십여분을 달렸다.  

지금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고불거리는 산길에 들어서서 길가 경계석 위에 보자기를 펼치고 커피를 내렸다.  임시 산충카페가 문을 열었다.  맑고 상쾌한 산공기 사이로 신선한 커피향이 향긋하게 퍼진다.  

둘이 무릎을 마주하고 커피를 마시며 행복에 취해 한참을 있었다.  

행복을 거창한데서 찾으면 목말라질텐데 이런 소소한 행복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부자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내일부터는 이른 아침 일어나서 부지런하게 집밖을 나서서 소소한 나만의 행복을 느껴야겠다.  큰 재산을 가지는 것도 힘들고,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도 힘들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힘들다. 그러나 홀로 아침일찍 집을 나서서 공기맑은 곳을 찾아서 차한잔 하는 것은 내가 조금만 부지런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해보도록 해야겠다.  

퇴근후에는 이런 일 저런 일들로 인하여 시간내기가 힘들고 계획이 쉬이 틀어지지만 출근전 한 두시간은 내가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에 목매달지 말고 쉽게 이룰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도록 애써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연두빛 먼 산에 시선을 두고 즐기고 있을 무렵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기 저편에서는 조금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캬~~~~  여기 죽인다.  앞에 강이 있고 뒤에 산이 있는데 길끝에 있는 땅인데 완전 쥑이여 ~"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땅을 보러 간 지인이 그 땅이 너무나 마음에 든 모양인데 나에게 그 땅을 보길 권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한 것이다. 

길거리 커피가게(?)는 접고 그 땅을 보러 출발을 했다.  초봄은 참 이쁘다.  어딜 가나 숲이 있는 곳은 너무나 이쁘다.  나무가 있는 곳은 어딜 가나 이쁜 연두빛이다.  꽃보다 더 이쁘다.

연두빛이 가득한 산이 있는 길을 한참을 지나 그 땅에 도착했다.  말로 듣던 것처럼 앞에는 꽤 넓은 물길이 있고 뒤에는 숲이다. 그리고 그 땅은 둑길 끝에 있어 마을과 떨어져있어 무엇을 해도 독립된 위치였다.

"와우~~~"

그날 그 땅을 보고 다음날 아침 다시 한 번 더 보고 그 땅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땅값이 마침 내가 가지고 있던 여유돈으로 충분히 가능한 가격이었다.

나는 이틀동안 그 땅에 집을 지을 수 있는지를 시청에 가서 물어보고, 친구 공인중개사에게 그 땅에 대해 좀 알아봐줄 것을 부탁하고, 또 다른 지인에게 그 땅의 번지를 가르쳐주고 어떤지를 물어봤다. 그리고 머리속으로 그 땅을 사게 되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그리면서 즐거운 기분에 신이 났다.

그리고는 계약을 하기로 한 날이 되었는데 땅주인이 '다운계약서'를 쓸 것을 제안했다.  그 사람은 그 땅을 살 때 다운계약서를 작성해서 땅을 샀고, 그리고 구입한지 몇 년 되지 않아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반드시 다운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얘기했다.

삼 사일 정도 나는 그 땅을 살 생각에 이리 저리 알아보고 그 땅에 은행나무를 심고 농막을 가져다놓고 그곳에서 주말을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었는데, 그 다운계약서라는 말에 모든 것을 접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새로운 땅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땅도 나와는 인연이 없나보다. 간단히 포기를 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유투브 공인중개사 전원주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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