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치료에 병의 이름이 중요치 않은 이유
근데 슬슬 이상하다. 나 디스크가 맞나?
"분명 처음에는 옆 단지까지 걸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우리 아파트 동 주변 밖에 못 걷겠어."
"헐 왜?"
"다리가 터질 것 같아.
종아리가, 다리가, 너무 무겁고 끊어질 듯이 팽팽해.
그러다 더 걸으면 갑자기 다리에 통증이 올라오는데, 온 전신이 덥고 달아올라.
다음날 또 걸어보면 통증 오는 거리가 전날보다는 더 짧아져 있고…."
좀 괜찮아졌냐며 전화 온 친구와 이런 대화를 했었다.
걸을수록 좋아진다는 디스크가 점점 안 좋아졌다.
간헐성 파행증. 걸으면 통증이 생기고 앉아서 쉬면 완화되기를 반복하는 증상이다. 할머니들이 산책 나와서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있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앉아 쉰다고 해서 머리가 아플 정도의 통증이 바로 괜찮아지진 않는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이 얘기를 세 번째로 바꾼 한의원에 말했더니 그건 “‘협착증’ 증상인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디스크’는 말 그대로 척추 사이의 에어백 같은 디스크가 밀려 나와 신경을 누르는 병이고,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관 안에 지나가던 신경이 눌리는 병이다. 문제는 척추관 협착증은 주변 인대나 관절이 노후화로 두꺼워지며 생기는 병이라, 20대에게는 굉장히 드문 병이었다. (만 나이 덕분에 아직 20대였다!)
하지만 새 이름이 등장하기 무색하게 치료 방식은 그다지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의아해서 찾아봤다. 정선근 교수님은 협착증도 역시 디스크 병의 일종이라고 했다. 그런데 또 다른 유튜브 영상, 이경석 원장님은 협착증과 디스크의 치료법은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정리해 보면 수술 치료 지지자와 비수술 치료 지지자의 차이였다. (물론 정선근 교수님이 수술을 안 하진 않는다. 정말 심각한 마비증세까지 온 환자는 수술을 해야 한다.) 당연히 외과적인 수술이라면 디스크는 디스크 제거를, 척추관의 문제라면 주변 비정상적인 인대 제거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정선근 교수님의 주장은 이렇다. 나이가 들면 대부분 척추관이 좁아져있는데 82.5% 사람은 통증 증상 없이 잘 지낸다는 것. 일본인 983명의 MRI 분석한 연구 결과, 척추관이 2/3이상 막힌 고도 협착의 17.5%만 협착 통증 증상이 나타났다. 척추관 협착증 역시 실제 통증은 척추관과 그리 연관이 깊지 않다는 소리다.
척추위생. 허리에 손상이 갈 행동을 절대 금하고 신전 동작을 강조하는 정선근 교수님이 강조하는 해결책이다. 난 수술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안해도 된다는데 당연히 7,000만 원 안 들이고, 몇개월간의 재활 그리고 부작용과 재발의 두려움을 감수하지 않는 방법을 더 믿고 싶지 않을까?
<질병은 없다>의 저자는 병의 이름은 현대의학이 병을 분류화하고, 약을 처방하기 위해 만든 체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분류체계는 촌각을 다투는 바이러스 전쟁에는 효과적이지만 만성질환 같은 병에는 제대로 된 치료를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 허리 치료가 이토록 말이 다른 건 세균을 콕 집어 죽이기만 하면 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내가 2년이나 허리에 생긴 염증이 낫지 않은 건 몸 전반에 시스템 이상이 생겼다고 봐야 했다. 회사 전체 시스템이 잘못됐다는데, 부서 한 곳만 잡도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내 몸 전반에 생긴 문제를 둘러봐야 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살아온 시간 전체를.
일단은, 병이 생길 때쯤 난 어떤 세상에 살고 있었나. 그것부터 돌이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