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봐야 하는 영화란
주말에 빈둥거리다가,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스탠리 큐브릭 영화가 보고 싶었다.
물론 아무 이유 없는 것은 아니고, 예전에 극장에서 4번이나 본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졸았던 <퍼스트맨> 등으로 무의식 속에 큐브릭의 영화가 남아있었을 것이고.
공포영화를 정말 싫어하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본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샤이닝>을 먼저 봤다. 세상이 그만큼 잔인해진 것인지, 이미 어느 정도 수많은 예고편에 길들여져있어서인지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처럼 찢어질 듯한 효과음에도 놀라지 않고 끝까지 잘 볼 수 있었다.
너무나 귀엽고 잘생긴 아역 배우의 최근 사진이 가장 무서웠으니. 이걸 먼저 봤으면, <레디 플레이어 원>을 한 번 더 봤을지도 모르겠다.
괴기스러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의 생각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영화관을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공포라는 분야도 당연히 존재해야하는 것이고. 그 당시의 기술로 극찬을 받더라도 지금에서는 뭔가 개연성이 부족하고, 많이 아쉽기만. 문화적인 부분에서 나중에 태어나서 좋은 것은 호날두와 메시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말고는 딱히 없게 느껴진다.
도대체 흑인을 왜 한 방에 죽여버렸는가! 무엇 때문에 미쳐버렸는가. 샤이닝에 집중해야하는데 중간에 아폴로 11호 옷을 입고 나타난 아역 배우 때문에 진짜 달에 가지 않았다는 확신만 생겼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세 번을 졸면서 봤는데.
1968년의 기술로 세트와 카메라 기법은 소름돋을만도. 인공지능이 사람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은 왜 큐브릭이 천재라고 불리는지 저절로 인정할 수 밖에.
역시나 이 영화도 마지막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해석을 검색해보려다가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냥 말았다. 네모난 흑판은 지식의 깨달음을 의미하는 것인지. 달에서 석판을 만진 이들은 왜 더 깨닫지 못했을까?
영화의 2001년에서 18년이 더 지난 19년인데 아직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