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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Feb 07. 2019

에릭 쿠, <우리가족:라멘샵>

열네번째 영화

일시 : 2019년 1월 29일 화요일 8시

장소 : 건대입구 롯데시네마


일본 라멘에 관한 영화인줄 기대가 매우 높았는데 알았는데 싱가포르 요리 영화가 되었다. 평점 6점.

 2주 연속 건대. 너무 멀다. 더이상 브런치 측에서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시즌 마지막 영화인 듯하다. 

 무비패스에 나올지 전혀 예상을 못해, 다른 시사회 공모에 처음 지원을 했던 영화였는데 선정되서 참 기뻤다. 장래 라멘집을 차리겠다는 아무 준비도 행동도 하지 않는 그저 말뿐인 꿈을 꾸고 있기에 시사회에 안되더라도 꼭 영화를 보러가야지 하고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이름은 모르지만 낯익은 일본 배우가 나와 당연히 가족이 라멘집을 경영하면서 궁극의 레시피를 찾아내는 애니메이션 같은 일본 영화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보통 시사회날 2~3개 영화가 같이 하는데 이날은 맞은 편에서 <시인할매> 포토존으로 시끄러웠다. 세상이 좁아서 놀랍게도 대학 후배 현선이가 일을 하고 있어 잠깐 인사했다. 시사회에 아는 사람 한 명은 만나겠지 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보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표를 받을 때 좌석으로 추첨을 한다고 하여 큰 기대. 싱가포르 관광청 이야기가 생뚱맞게 있어 왜 일본 영화인데 싱가포르가 나오는가 하고 들어갔다.

 라멘이라 국내에 나름 괜찮은 체인인 탄탄면공방의 광고. 그러나 이는 패착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는데 당첨은 안되고, 탄탄면공방의 광고만 몇 십분을 들었다. 영화도 마음에 안들었는데 전체적 시사회 이미지까지 안좋아졌다. 내가 당첨됐었다면! 달라졌겠지.

 

 엄밀히 이 영화는 일본 영화가 아니라 싱가포르 영화다. 아니다. 특정 국가의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이 만든 <설국열차>나 <옥자>를 우리나라 영화라고 할 수 있나. 감독과 주연이 국내배우고 스테프와 자본, 촬영장소가 해외면 이것은 우리나라 영화인가. 경계가 애매하다. 싱-일 합작영화라고 해두자.

 에릭 쿠 감독을 찾아보니 데이터가 별로 안나온다. 싱가포르 감독인 것은 확실하다. 영화 내용과 이전에 <동경표류일기>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감독한 것을 보면 확실히 일본 쪽에 무슨 연고가 있거나 사연이 있는 듯하다. 면을 소재로 한ㅂ 것은 <완탕면>이라는 작품도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느낌과 굉장히 비슷했다.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면서, 그냥 일상을 옆에서 몰래 찍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러면서 배우들의 연기가, 나 지금 연기하고 있어요 라고 느껴지는 약간의 어색함이 묻어나고.

  

 라멘이라는 소재 자체가 중국에서 들어와 일본화 시켰다고 하는 것처럼 이미 혼재되있는 주제인데, 이것을 역시 중화권 문화이면서 말레이시아, 서양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적도 인근의 싱가포르의 바쿠테와 섞는다. 퓨전의 퓨전. 잡탕을 잘못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데 훌륭한 요리로 승화시켰다.

 보고싶었던 라멘은 초반에 한 번 나오고, 계속 싱가포르만 나오는데 제목을 왜 라멘샵으로 짓고, 포스터는 일본만 노출 시켰을까. 영화는 큰 감동도 없었고,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았던 잔잔함이 이어졌는데 전반적 컨셉과 탄탄면 광고 때문에 부정적으로 남았다.


 이 영화를 통해 알게된 마츠다 세이코는 가수였다. 중년인데 너무 이쁘다 했는데, 이쁜 이유가 있었다(?)

 바쿠테라는 요리를 한 번 먹어보고 싶은데 만드는 과정을 보니 안먹어봐도 무슨 맛인지는 알 것 같다. 할머니가 결혼을 반대한 이유로 전체적으로 내용이 조금 산만해졌지만, 싱가포르까지 일본 전쟁에 대한 상처가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일본인이 과거에 대한 반성...을 보여주는 것인가 했는데, 어찌보면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엄마랑 내가 피해봐야 하느냐 하는 지금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할머니도, 갑자기 급사한 아버지도 상식적으로 그런 환경이었다면 더 마사토에게 잘해주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어머니를 찾게된 것인데 초반에 싱가포르로 가게 되는 설정이 너무 약하다. 머리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삼촌을 바로 알아볼 정도였다면 최소한의 만다린어는 할 줄 알았어야지.

 

 타국에서의 동포끼리의 정. 국적을 넘는 혈육의 정.

 어찌 보면 나의 이야기인지도. 

 그래서 더 감흥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영화인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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