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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Jun 02. 2019

강상우, <김군>

현재 진행형인 5.18 광주의 이야기

 나는 왜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관심이 많은가,


 이번엔 이화여대 내부의 극장이었다. 대학 안에 극장이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얼마나 상영관을 잡기 어려웠으면 멀티플렉스가 아닌 대학내 극장일까 하는 우려. 역시나 상영관이 적단다.

 오랜만에 오는 이대는 예전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엄연히 교육시설인데 관광객 때문에 시끄러워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별 거 아닌데 시사회에서 상영 전에 한마디 하는 게 인상에 남는 것 같다. 영화 홍보가 목적이면 단순히 영화만 틀어주는 게 아니라 다른 광고를 하는 것이 효과적일 터. 단순히 영화 보고 SNS에 남기라는 것은 그닥 의미가 없는 듯.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만큼 마케팅도 철저히 하고 있을테니, 시사회 그 장소 자체에서의 효과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영화 상영 전 사람들이 최소 30분 전부터 와있을 때의 시간을 왜 날리는 것인가.


 <26년> 영화의 짧은 경험은, 내 평생의 추억이자 자랑거리이다. 그 이후 <택시운전사>의 성공. 배우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 소재. 지어낸 허구가 아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최근 베네수엘라의 문제나 뉴스만 틀면 나오는 중동의 참상이 늘 먼 이야기 같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미 겪었다는 것을. 이미 나 또한 서른이 넘어버렸는데 언젠간 이것도 그냥 역사책 한 칸의 암기용 사건으로 남아버릴지.

 

 참상을 너무나 잘 아는터라, 이번 다큐멘터리에서는 얼마나 더 끔찍한 자료를 보게 될까 두려웠는데, 잔인한 장면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반전(?)이 있었다.

 극우를 대표하는 지만원(존칭을 붙이는 것도 아깝다)이 낸 자료에서 시작된다. 광주민주화운동 때 사진으로 찍힌 사람들이 실제 북한에 살고 있다고, 북한 공연장 같은 곳에 앉아있는 사람을 각각의 번호를 붙여 '광수'라는 근거를 제시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안면을 대조해보니 동일인물이라고, 5.18 북한 침투설을 주장하는 근거였다. 개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광주에 관심이 없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믿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말이었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이미 16만명이나 봤다. 이것을 찾아볼 사람들이야 뻔하지만 중복값을 제거하더라도 수만명은 또 왜곡된 정보에 세뇌되었을 터. 이렇게 선동이 무섭다. 뒤에 강상우 감독의 말로는 이 프로그램이라는게 '그림판'이었다는. 차라리 이 이야기를 영화에 하지.


 무튼 이것에 반발하여 지만원이 지목한 광수가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다. 

 이름도 알 수 없어 <김군>. 그마저도 성이 '김씨'인지 확실치 않다.   

 5월의 광주에 이어, 故 노무현 대통령도 생각나는 주간. 그를 각인시켰던 5.18 청문회 자료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분이 <김군>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라는 것에 글 쓰는 지금도 마음이 짠하다.

 '광수'라고 지목한 사람들은 여전히 광주에서 열심히 본인들의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이었고,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지내고 있지만 지만원을 비롯하여, 당시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정호용 특전사령관도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듯. 찾아보니 고작 징역 7년을 살았는데, 태극기부대 행사에 버젓히 참석하고 있다. 

 사람들은 당시 광주 5월의 18일부터 23일만 궁금해하지, 그 이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말이 머리를 세게 때렸다.


 가장 최근에는 버닝썬, 조선일보, 법조계의 유착 등 여전히 문제는 산재되어있지만 한일관계 이전에 5.18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고 과거로 가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항상 승자가 살아남는 역사가 개같지만, 잘못된 승자는 반드시 끝에 영원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는 것일까. 왜 정의로운 자가 불행한가. 

 바로잡고 싶은데 능력이 모자라 항상 제자리인 스스로의 푸념이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 작가의 GV가 있었다.

 한 관객의 질문. 지만원을 박사라고 하는 것부터 이상했는데, 영화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헛소리를 하길래 화가 나서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다. 이런 다름을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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