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아름다움
몇 해 전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떠났을 때 가장 눈에 띈 식물은 무궁화와 같은 속의 식물, 하와이무궁화였다. 하와이무궁화는 말레이시아의 국화이기에 그곳 숲과 도시 정원 어디에서도 새빨간 꽃잎의 하와이무궁화를 볼 수 있었다. 도심 광고판이나 포스터, 지폐에도 하와이무궁화가 그려져 있고, 사람들은 이 식물을 참 좋아했다. 같은 히비스커스속의 식물로서 서로 다른 대접을 받는 우리나라 무궁화와 말레이시아의 하와이무궁화를 보며, 무궁화에 대한 애잔함이 더해졌다.
출처 : 이소영,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국화(國花)라는 이름의 꽃/식물세밀화가", 서울신문, 2021.08.18, https://m.seoul.co.kr/news/editOpinion/opinion/plants-story-lsy/2021/08/19/20210819029017?cp=seoul
8월 16일의 꽃은 '하와이무궁화'(Hawaiian hibiscus)'. 꽃말은 ‘섬세한 아름다움’.
출처 : 송정섭, "[풀·꽃·나무 이야기] 노골적인 사랑...‘하와이무궁화’", 생생비즈플러스, 2024.10.06, https://www.livebiz.today/news/articleView.html?idxno=2896
“말레이시아는 다민족·다종교 사회로서, 말레이 무슬림 다수를 중심으로 중국계 불교도, 인도계 힌두교도, 기독교인 등 다양한 종교 공동체가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 구조는 말레이시아 민주주의의 기회이자 도전이며, 종교 간 조화는 국가 통합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5월 30일 한국외대 오바마홀에서 열린 ‘글로컬 시대, 다문화사회의 종교 화합과 관용’ 국제학술포럼에서 말레이시아의 종교학자이자 개신교 목사인 헤르멘 샤스트리(Hermen Shastri) 박사는 “말레이시아는 하나님의 이름 아래 종교 간 평화를 실천해온 국가”라며, 루쿤 느가라(Rukun Negara)와 말레이시아 마다니(Malaysia Madani) 정책을 중심으로 종교 간 공존의 제도적 기반을 소개했다.
헤르멘 샤스트리 박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및 말레이시아기독교협의회(CCM, Council of Churches of Malaysia)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에큐메니컬(ecumenical) 운동가로 말레이시아의 종교 간 평화 공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는 “루쿤 느가라는 단순한 국가 이념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영적·도덕적 언어이며, 말레이시아 마다니는 포용과 자비, 존중의 가치 위에 세워진 민주적 공존의 미래 모델”이라고 말했다. 또한 “종교 간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정치가 아닌 시민사회와 종교 간 대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1969년 말레이시아에서는 인종 간 폭동(5·13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 통합과 조화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는데, 이를 계기로 1970년 발표된 것이 바로 루쿤 느가라다. 이는 다섯 가지 원칙을 포함한다. 즉 △신에 대한 믿음 △왕과 국가에 대한 충성 △헌법의 숭엄성 △법의 지배 △예절과 도덕성 등이 그것이다.
말레이시아 헌법은 제3조에서 이슬람을 연방의 종교로 명시하고 있지만, 제11조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1988년 개헌을 통해 샤리아 법원이 민사법원과 병존하게 되면서, 이중적인 법체계가 형성됐다. 대표적인 사례인 ‘리나 조이 사건’(2007)은 이슬람 개종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현재까지도 말레이시아의 종교 자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2009년 나집 라작 총리가 제시한 ‘1Malaysia’는 ‘국민 우선, 성과 우선’을 기조로 다양성 속의 통합을 지향했지만 곧 한계를 노출했다. 이에 반해, 2023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도입한 ‘Malaysia Madani’는 지속가능성(keMampanan), 번영(kesejahteraan), 혁신(daya cipta), 존중(hormat), 신뢰(keyakinan), 자비(ihsan)라는 여섯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윤리적이고 인도주의적인 국가 운영을 지향하고 있다.
출처 : 이상기, "다민족·다종교 국가 말레이시아, 종교화합 어떻게 이루고 있나?", theasian.asia, 2025.05.30, https://kor.theasian.asia/archives/384461
말레이시아는
하나의 문화로
이루어진 나라가 아니다.
말레이 무슬림 다수를 중심으로
중국계 불교도,
인도계 힌두교도,
기독교인 등
다양한 종교 공동체가 공존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헌법에서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언어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고
음식의 향도 다르다.
하지만 이 나라의 국화는
단 하나다.
붉은 하와이무궁화.
다섯 장의 꽃잎은
다섯 가지 원칙을 의미한다.
그것은
말레이시아 국가 철학인
Rukun Negara의
다섯 가지 원칙이다.
신에 대한 믿음
왕과 국가에 대한 충성
헌법의 숭엄성
법의 지배
예절과 도덕성
꽃잎 다섯 장은
그 철학을 상징한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의 교차로다.
무역과 문화,
종교와 언어가
오랫동안 이곳을 지나갔다.
그래서 이 나라의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정체성은
단일한 색이 아니라
겹쳐진 색이었다.
하지만
조화는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다.
다양성은
선물인 동시에
시험이다.
역사 속에서
말레이시아는
민족 간 긴장을 여러 번 경험했다.
경제와 정치의 균형은
늘 민감한 문제였다.
조화는
같아지는 것이 아니다.
조화는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함께 두는 것이다.
하와이무궁화는
통합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다름을 지우지 말고
같이 피어라.
조화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바깥 세계와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된다.
하나는
같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는
함께 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다름은 분열이 아니라
조화의 가능성이다.
다른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햇빛을 나누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에서
다른 언어로 꿈꾸면서도
하나의 나라를 만든다는 이야기.
모든 말레이시아인, 그리고 세계시민들의
하와이무궁화는 오늘도 그렇게
조용히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