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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함표 Aug 09. 2022

프로로서의 자세, 프로를 대하는 자세

프로라는 것

"프로"라는 말.


프로가 무엇이냐 하면 전문가를 뜻하는 말이다.


전문가라고 한다면 뭔가 있어 보인다. 특정한 분야에서 최고들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프로"라는 말의 의미는 특정 분야나 기술로 생계를 이루는 사람을 말한다. 즉, 직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전문가가 왜 그래?"


직장에 다니면서 충격을 받을 만한 일은 많았지만 그중 한 가지는 바로 위의 말을 들었을 때였다. 고작 직장 경력이 2년이 겨우 채워졌을 무렵, 나에게 주어진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상사에게 들었던 말이다. 이 말은 두 가지의 의미로 다가왔다. 상사는 나를 전문가로서 보고 대한다는 것과, "내가 전문가로서 많이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겨우 경력 2년짜리 주임 직급의 나를 누가 전문가라 불러주리,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나 조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의 상사는 그렇게 봐주었고, 대하고 있었고, 그만큼 믿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의 경험치과 능력치가 부족한 탓도 있었겠지만, 내 경력에 비해서는 어려운 과업이었다. 다시 얘기하자면, 그들은 나를 전문가라 봐주고 있었는데도, 나는 그 책임과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었다.


위 두 가지의 생각이 들자마자 내 마인드에도 변화가 생겼다. "무조건 이 과업을 성공시킨다". 다행히도 상사들은 나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었다.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수정되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프로젝트가 차차 진행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최대한 이용했고, 부족한 부분은 공부하며, 불가능한 부부분은 보고 후 차선책을 제시해가며 진행했다.


결국에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경쟁업체들과 우리보다 앞서 나간 업체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성공적으로 진행시켰다. 처음에는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라 치부했던 과업이, 성공으로 끝이 났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프로"라는 것


그 후로도 프로, 전문가가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했다. 프로는 무엇일까, 누구를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며 내가 낸 결론을 들은 친구는 참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실 나도 이 생각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또 진짜 전문가 분들 역시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프로라는 것은,

자기 분야 안에서,

누군가가 언제 어디서든 무엇을 요청하든지 간에,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하자면 어떤 미션이 있든지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예를 들다면 한정된 예산 안에서 가장 적합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거나, 불가능한 것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설득시키고, 차선책 또는 최선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물론 전문가 혼자서는 수행할 수 없는 과업들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가 왜 전문가인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지 않는가. 자신을 따르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과업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든다. 그것이 하나의 회사이든, 팀이든, 특정 커뮤니티든 간에 주어진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프로를 대하는 자세

그 사람의 권한과 책임을 인정한다는 것


내가 프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면 함께하는 사람들 역시 프로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 똑같이 이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인데, 다들 프로가 아닐 이유가 있나? 내 상사는 나를 전문가로 생각했다. 전문가라면 누구를 대하든지 전문가로 대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기술이나 분야는 그 시기가 한정적이다. 물론 길고 짧음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장소와 시간은 한정적이다. 현재의 프로젝트에서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구든 최소한 하나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역할을 맡든지 역할을 맡은 이상, 그는 그 역할의 전문가다. 아니 전문가여야 한다. 내가 전문 지식, 또는 기술이란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비교를 하자면 끝도 없지만 내가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타인도 전문가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나의 상사처럼. 경력이 어떻게 되었건 현재 그 자리에선 최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최적임자가 아니라면 벌써 다른 사람을 불렀겠지. 물론 그 사람을 믿으라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존중하는 척이라도 하라는 말이다.


어찌 됐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만하여 다른 사람을 까내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전문가라고 지칭하며 타인을 비난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진짜 전문가는 비판을 할지언정 비난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처럼 프로로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일을 진행하거나 경쟁자가 되어도 서로를 인정한다. 참 이상적인 말이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나는 그런 상황을 꽤나 많이 보았다. 서로의 영역과 기술을 인정하는 프로들.


때문에 나도 프로, 전문가라는 호칭에 맞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어떤 미션이든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사실 아직도 내가 프로와 전문가라는 말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하면 탈이 난다. 혼자서 할 수 있대도 동시에 모든 것을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문가를 부르고,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전문가를 부르는 것이다. 당연히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는 있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대가이고, 그것이 그들이 프로라고 불리우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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