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철
글을 쓸 수 없어 한 잔 했어
낡은 접시에 담긴 마음들을 주섬주섬 삼키고
밤을 깔고 분분이 떨어지는
개밥 같은 맘을 추스리는 암흑의 타협을 삼켰지
딱 한 잔만 더 마시자
동이 트면
봄이 오면
개여울 너머 너울대는 풀잎으로
딱 한 잔만 더 마시자
참으로 조용한 아이였지
지금은 철마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향한다만
지금은 천둥소리를 내며
의자 하나 비우고 남으로 향한다만
진정 조용한 아이였단다
글을 쓸 수 없어
투구 쓰고 갑옷 입고 딱 술 한 잔 더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