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술주정

by 김진호

유병철


글을 쓸 수 없어 한 잔 했어

낡은 접시에 담긴 마음들을 주섬주섬 삼키고

밤을 깔고 분분이 떨어지는

개밥 같은 맘을 추스리는 암흑의 타협을 삼켰지

딱 한 잔만 더 마시자

동이 트면

봄이 오면

개여울 너머 너울대는 풀잎으로

딱 한 잔만 더 마시자


참으로 조용한 아이였지

지금은 철마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향한다만

지금은 천둥소리를 내며

의자 하나 비우고 남으로 향한다만

진정 조용한 아이였단다


글을 쓸 수 없어

투구 쓰고 갑옷 입고 딱 술 한 잔 더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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