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철
늙는다는 건 아름다운 변신이다
흰머리로 관을 쓰고
주름으로 마음을 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춘은 한껏 부풀린 목에 미래를 앉히고
사랑으로 췌장이 퉁퉁 부어올라
초록 재능에 빨간 감각을 새기지만
모나 뾰족한 정열을 주체하지 못해 흐느끼게 마련이다
세월은 언제나 따뜻한 남(南)으로 흘러
토성의 흑빛 속에서 소통하게 되면
남자는 여자가 되고 여자는 남자가 되고 만다
그러면 여자와 남자는 사람을 즐기고
멍한 오후 두 시에 머무는 법을 알면서
눈부신 오해를 대지 위에 수확하면
차가운 발끝이 햇볕에 마른다
늙어진 친구 두엇 안고
이제 회전목마의 불을 그만 끈 채
붉디붉고 커다란 기계를 몰아 남으로 달려가자
청춘의 다른 이름은 늙음이었다는 선배의 기타연주가 들리면
숙취로 턱을 괴고 그 청춘을 조롱하자
발끝이 벌써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