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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13. 2016

봉지쌀

김주탁


허접한 너스레 그리운 저녁
백수의 평형으로 오르는
골목의 비탈길 
두 되의 봉지쌀
뿌듯한 부피 너무 움켜 쥔 탓에
종이의 밀봉 뜯어져 버렸다
마침 보름이어서 
투박한 시멘트 길바닥 
메밀꽃 흐드러졌다
뜨물 같은 달빛 하얗게 웃었다
꿈도 찢어지면 망연 흩어지리라
분산의 파편들을 거두어
주머니마다 쑤셔 넣고 오르는 길
주머니 쌀 서걱거리는 소리
길보다 내려앉은 창을 두드리면
등불 나눠 주어 환해지는 걸음
별이 다가워졌다
마지막 대문 계단 오르고
메밀꽃만큼 쓸려 담긴 하얀 웃음
탁 트이는 야경으로 돌려보내며
삐걱이는 방문 닫을 수 있었다
바구미 메밀 갉아 대는 꿈 
뜯어진 봉지에서 새어 나왔다
꿈마저 뜯어져 가위눌리고 있었다
아침이 오면 다시 내리막이다
내려가는 일이 
더 고단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
봉지로 채워 내는 하루
쏟아지기도 하던 그런 비탈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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