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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13. 2016

첫 파마

김주탁


흔한 김 씨 동성동본도 동색이라고
혈정 흐르던 너의 생머리 이뻤다
미연의 첫 파마는 일 학년 이학기 개강 때였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뽀글이 파마에 고데 웨이브로 나타나
만나는 사람마다 빈정 치레 치렀다
교수님 왈
니 집에 불났냐
학생들 주둥이마다 뽀글거리며 번지는 웃음 불
첫 수업이 끝나고 어색한 머리카락이
내게 위로의 대꾸 물어 왔다
엊저녁 머리에 라면 엎었냐
이교 시부터 미연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미연은
스트레스 풀어낸 스트레이트 펌으로
뒷자리에 볼륨 매직처럼 앉았다
수업 내내 판서가 곱슬 거렸다
부러운 질투 끄집어내던 과우들
새로운 변화가 애타도록 목마르면서 
화염병에 그슬리던 푸른 컬
너에 대한 관심의 애착이었는 데
너의 변모는 준비되지 않은 여림으로
직선의 이면을 받아 내기 어려웠으리라
직모로 찰랑 거리던 계절들이 영글어 가고
미연의 두 번째 긴 머리 파마
사각모 살짝 덮여 아름다웠다
찬사 치레가 플래시보다 밝게 터지고 있었다
너의 첫 파마는 
이탈과 변화를 향한 용기였다
혈정의 강 건너가는 나의 생머리는 
표현과 수용을 반쯤 이수하고
그렇게 세상 속으로 떠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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