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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13. 2016

똥장군

김주탁


농사꾼 헛간 한 켠에
장군이 살고 있었다

쑥쑥 쑥자라는 땅심의 전선으로 
미련스런 몸짓의 위태 위태한 출정

짚 뭉치로 주둥이 틀어막고 
지게 두 팔에 자빠진 속 출렁거리던

똥물 

밭두렁따라 듬성듬성 흘리고 간 흔적

엽전 빛 거름의 낙관이었다

종다리 냉큼 헛찍어 먹고

화들짝 봄 하늘 흔들어 대던

똥 푸고 똥 뿌려지던

시절

방물장수 약장수 수다 소리

귀속 따가 오던

아비의 군번 구백팔십만 무렵

진달래  분홍 꽃질 나른하면

꽃잎 따먹고 맴맴 

배곯던 나절

똥통마다 추락하며

어지러운 현기증 오던 햇보름달

공술 취한 삼룡이

꼽추 등 비틀리던 춤사위로 업혀 오면

온 동네 생코 틀어 쥐고

속 비워져 돌아왔던

기세 등등했던 똥장군

등지게 올라타고 
늠름하고 후련스런 승전의 여운

다 쏟아 내고도
똥내 풍기고 뿜어내던 온몸의 충정

비료의 반란에 무너진 장수의 꿈

할아버지 귀천 길 호위하며 떠나 간
장군 중의 장군이었다

*어느 날 우리와의 손뼉 이별도 없이 떠나 버린 것들이 언뜻 다가오면, 당황스러운 향수! 세월 탓이라 하기에는 봄밤이 너무 깊어져 꽃도 피어나다 머뭇거리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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