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사람만 사는 세상에서
이제부터 개가 되어 개밥을 먹겠다
사람이 이밥을 먹어야만 한다는 그 진리같지도 않은 진리가 진저리 난다
진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몽둥이를 들었다는 눈물겨운 몸부림에
힘없는 자를 안아주기 위한 손으로 몽둥이를 들었다는 너희를 물지 않았다
다만 기꺼이 매질을 당하면서 개밥을 먹겠다
개도 사람이 먹다 남은 부스러기를 먹는 법이라는데
부스러기도 아까워하는 주인아
알겠다
식음을 전폐하고 참다참다 나간다
굶기를 밥먹듯이 하더라도
굶어서 길바닥서 죽더라도
발길에 채여가며 살더라도
나가서 주인 없는 세상에서
주인 없는 개에게도 부스러기를 던져 주는 사람을 만나거든 얻어먹겠다
백일이고 천일이고 개밥만을 먹고
다시 사람이 되어 짖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겠다
그때까지 눈물로 개밥을 말아 먹으며 감사하며 기도하겠다
—2012.9.17. 통합진보당 폭력사태에 의한 해당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