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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18. 2016

산을 오르다

사람을 만나다

김주탁


여름 산 그늘에는 
사람이 있었다 

소백이 그랬다
운무 짙어 발끝도 보이지 않아
천문대에서 돌아 서야 했다
희방사 들러 만난 스님과
녹차 우리며 선문답 주고받았지
대웅전 부처 앞 자줏빛 두툼한 방석
흰나비 한 마리 앉아서
날개 절짓 불공드리고 있었다
풍기로 돌아 나가는 길
연인들의 뒷 좌석 얻어 타고 나왔다
사람의 사랑을 타고 나왔다

오대가 그랬다
장대 소낙비 쏟아부어
계곡물 금세 넘쳐흐르고
길은 끊어져 버렸다
반도 오르지 못한 회행
초입 산방에서 깡소주 나발 불었다
젖은 몸 온통 김 안개 피어오르고
주인장
오징어 다리 몇 개 건넸다
월정사 공양 종소리 들으며
사람의 정을 질겅질겅 씹었다

모악이 그랬다
김제에서 전주로 너머 가려던 산행 길
증산의 윈 시반 본 같은 비가 쏟아지고
가슴이 무거워 오르지 못하고
금산사 약수, 견훤의 눈물만 들이키고 
돌아 서는 데
선방 스님이 죽순을 건넸다
아리고 달짝지근한
스님의 참선을 꿀꺽 씹어 삼켰다

황악의 초행이 그랬다
직지사 우로 돌아 오르던 길
늦장마로 엎어진 풀숲
길을 숨기어 헤매던 등산로
되돌아 내려오다 만난
포도밭 
큰길까정 한참 걸어야 될텐디
먹으면서 가더라고
시꺼먼 꿀 포도 두 송이 건넸다
달짝한 농부의 마음을 삼켰다

여름 산은 나의 오만을 거부했다
산비로 돌려보내며

사람을 만나고 오라고
사람 같은 사람으로 다가오라고

사람을 만날 수 없으면
네가 그런 사람이 되어 오라고

사람 같은 사람에게 밀어내곤 하였다

- 한국 100선 명산 산행 중 겪었던 젊은 시절 논픽션의  추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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