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한길

바스라짐

by 김진호

홍대호


목욕탕 한 귀퉁이에 소금을 담은 고무대야가 있다


가벼운 가방을 들던 유년기(幼年期)

소금은 꽉 쥐어 봐도 썩 단단하여

되레 가득 쥔 손이 아리었다


그것은 단단했다

손 가득한 결정은 날 안심하게 했다


서서히

머리부터 가득히 물이 쏟아질 때

소금은 바스라졌다


얼굴 가득히 범벅이 되었을 때

소금은 녹아내려 희뿌연 물이 되었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난 아직 소금이란다


소금이 눈에 걸린다

이를 닦고 퉤 뱉어지는 소금물에

바닥에 휘 뿌려 녹아버린 소금에

이를 꽉 문다


그것에 눈물짓노라면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난 아직 소금이란다


저 모습이 안쓰럽고 답답하여

내가 소금이 되련다

녹아내린 이가 대양(大洋)을 노닐게

내가 바스라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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