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안을 보면 더욱 놀랄 거예요~!
‘빨간 크레용으로 동그라미 쳐놓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버지는 밤샘 일을 나가시고 야근으로 얼룩진 어머니는 늦게 퇴근을 하십니다. 난 찬밥을 물에 말아 동생과 함께 마른 멸치, 쉰 김치로 허기를 달랩니다. 우리에겐 루돌프 사슴 코도, 산타클로스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준 1980년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이브는 그렇게 또 다른 하룻밤처럼 흘러갑니다.’
한 월간잡지 12월호에 기고한 글의 서두입니다. 선배의 일상을 들은 대로 작성한 글이기에 나름 가슴속에 무엇인가 시린 것이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무리를 했나 봅니다. 온몸이 찌뿌둥한 것이 너무나 피곤해서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 못 했습니다. 늦은 아침 따뜻한 커피를 타서 식탁에 앉았는데 식탁 위에 크리스마스 카드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만든 카드인가 보더군요. 정갈스럽게 그린카드의 표지와 맨 뒷장에 편지를 읽습니다. 따스한 커피 기운이 더욱더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크리스마스 카드가 이미 선물임을 공표하는 아이는 힘들게 만들었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는 카드 안에는 더욱 놀랄 일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와 인사로 마감을 합니다. 카드를 열어보며 정말 녀석의 노고에 감사와 사랑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빨간 크레용으로 동그라미 쳐놓지는 아니했을지라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렸을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아직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꿈과 희망을 간직한 아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아빠와 같이하지 못 했습니다. 1980년대 노동의 현장과 작금의 현실은 지극히 낳아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렵게 만든 딸아이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고 살며시 속삭여 봅니다.
“서희야! 사랑해. 오래오래 행복해야 해. 그리고 항상 고마워 너의 아빠일 수 있어서……”
만약 옆에 당신의 아이들이 주변에 있다면 꼭 살포시 안고 속삭여 주세요. “사랑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