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자양 국민학교에서

by 김진호

종과 횡이 교차한 자리

기단을 쌓고

위와 아래로 곧 선 깃대를

좌와 우의 파이프가 덧대어져

반도의 손수건 같은 깃발이

펄럭인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유의 끝에 매달려

바람 불어 가는 곳으로

태풍 불고 눈보라 치는 날에도

아이들 심장이 커가는 곳으로

찢어져라 펄럭인다

등꽃 주렁이던 스탠드를 지나

조카 같은 선생님들을 만나던 교무실

담임 선생님의 사망을 확인하고

운동장을 휘청거리며 걸어 나오다가

뒤돌아 서서 국기를 향하여

쪼그라드는 심장에 바른손을 얹고

지그시 두 눈물을 감았다

애국가라도 우렁 우렁 울려 퍼졌으면

씩씩하게 교문을 빠져나갔으련만

귓가에 살던 선생님의 호명 소리만

무너져라 펄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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