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선

아버지와 수박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 시절을 떠올린다.

by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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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수박


8남매의 장남이었던 아버지는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학업을 접고 일터로 향하셨다. 위로는 부모님, 아래로는 일곱 동생들. 어린 나이에 가족의 가장이 된 삶은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심부름꾼으로 시작해 목공소 공장장이 되기까지 20년. 그 사이 어머니를 만나 형 둘, 누나,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나는 막내였고, 아버지가 건설회사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두던 시기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늘 “막내 덕에 사업이 잘됐다”고 말씀하시며 나를 유난히 아끼셨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아버지는 일찍 퇴근해 형에게 수박 살 돈을 쥐여주셨다. 나는 형을 따라 동네 수박가게로 쫄랑쫄랑 따라갔다. 아주머니는 삼각형으로 수박을 잘라 맛을 보여주시곤 했다. 무거운 수박 두 통을 들고 끙끙대던 우리를 보고 어머니는 달려 나오셔서 번쩍 들어 나르셨다.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수박을 썰어 얼음과 설탕을 넣고 화채를 만들어 주셨다. 대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그 수박은 금세 사라졌지만, 그 달콤한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오늘 나는 내 아이들을 위해 수박을 사왔다.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 시절을 떠올린다.


수박이 참 달다.


#수박 #여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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