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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선

낯선 기억

덧칠해진 어른의 시간이 지워버린 가장 순수한 기억의 아이러니.

by 김진호


낯선 기억 Gemini_2025-10-11.png


낯선 기억


한 번쯤 가면(假面)의 그늘을 벗어던지고

눅진했던 시간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말했던 벗들과

텁텁한 막걸리 잔에 젓가락 장단을 맞추며

흐르는 눈물마저 따뜻이 토닥여 주던

그날의 온기(溫氣), 아련한 기억들...


하루를 버텨내는 초라한 민낯을 숨기고 싶었다.

값싼 언어로 곱게, 너무도 곱게 포장했던 허상(虛像)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내 자신에게조차.


삶이 홀로 서는 고독한 길임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계절이 바뀌듯, 예측 없이

너무도 갑작스레 찾아와 가슴을 할퀴곤 한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유년의 앨범은

이제 낯선 풍경으로 변해버렸다.

그토록 간절히 동경했던,

투명하고 해맑았던 그 시절의 나마저

먼 이방인처럼 서 있다.

덧칠해진 어른의 시간이 지워버린

가장 순수한 기억의 아이러니.


#추억 #글스타그램 #어른이 #감성글귀 #시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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