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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02. 2016

차례상

김주탁


설 연휴 막바지
여태 기름진 속이 그득하다
남정네들이야 술 담배로 삭이고 뱉어 낸다지만
여인네들은 큰 상 차리느라 허리 끊어지고 눈코 눈치코치 먹어 대다가
친정에서 올케한테 상전 노릇 하다가
봉다리 봉다리 싸온 *전유어 냉동실 쑤셔 박고
살짝 싸움이 일어날 판일 것이다
마늘 고추 냄새며 빛깔의 이유로 조상 앞에 식감으로 부딪히지 못하고 입술 없는 조상들 
빈 혀로 얹혀지는 자손들 정성스러운 차례 음식
왕건의 불국토 나물들 삼색으로 오르고
웅녀의 속 빈 마늘, 임란 조총 불처럼 쏟아진 고추는 외람되어, 그야말로 제사 음식 식재의 시점 그렇다 치지만 기름 양념으로 버무려지고 느끼해져 출근 문턱에서 커피들 입 쏟아 붙고 말 것이다
탕국물 해장에 속 차린 남정네들 일 보내고
속 뒤집어지는 여편네들 늦잠 깨우는 
명절 음식의 서커스 같은 피로는
해마다 도돌이표로 되돌아 오리라
늙은 부모들은 밤 괭이처럼 민감을 숨기고
있는 살림 없는 정까지 바리바리 싸 내고
아이들만 세종 상녀 사임당을 반 접어 내며
정체의 도로에서 이권 쥔 졸음 꾸벅거린다
정체가 풀리면서 집은 가까워지고
한바탕 신경전 준비하는 스트레스가 
차 트렁크 고향 짐보다 무거워지고 있었다

*전유어-동태전 나물전 육전 등의 부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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