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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02. 2016

룸펜의 봄

김주탁


이번에도 취업 통지는 오지 않는다
어디서 의지를 불러 모아야 하나
이월의 새벽 흐트러지는 빈약한 이성
이성은 가벼운 불안에도 흔들린다
쌀포대며 연탄, 곤로의 석유며 밑반찬
남루해진 자취의 재료들은
빈곤 드러내며 나열되는 하루의 페이지
한숨은 나른하게 다가와서 빈정 건넨다
전선의 비둘기들이
떼 지어 부리 비벼대는 헐렁한 햇살들이
골목따라 흘러드는 창을 열면
언덕 아래 도시의 호흡은
증기 기관처럼 자신 있고 요란하다
도서관은 졸업생 경쟁자들로 붐빌 것이고
오늘은 책가방에 옷가지 몇몇 챙기고
한 며칠 이현장 저 현장 삭신 놀려야 한다
대중으로의 분리를 잊게 만드는 막노동
화폐에 동조하는 생활고를 대변한다
그 며칠이 내민 봉투는 교각이 되고
다리 건너는 버스의 창마다 석양이 붉다
굵은 혈류의 강은 도심을 나누어 지르며
멀어진 눈빛마다 사연으로 흘러든다
지금의 순간은 희망을 지켜보는 망루
잠시의 여유를 내려다보며
뻐근한 휴식을 뿌리치는 취기가 정답다
봄 오는 저녁이
포근한 위로와의 악수를 권하고
하늘 닿은 골목길 달빛 끌고 마중 나와
멀찌감치 앞서가며 굽이쳐 가파르고 있다
봄의 룸펜은
밤의 막막한 어둠 탈탈 털어 내고
비틀비틀 달빛 밟아 오르며 흥얼거린다
수험서와 옷가지의 무게가 다름을
삭신 저린 그림자 뒤서거니 따라붙고 있었다
룸펜의 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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