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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04. 2016

기차표

김주탁


헌 책을 정리하다가
핑그르르 떨어지는 비둘기호 기차표
남도로 향했던 여행이었던가
회수되지 못한 사연 기억 없는 데
시집 절반 사이 꽂혀서 
첫 정 번진 애탐으로 숨어 있었구나
단발머리 가슴에 꽂힌 플라스틱 이름표 모양
판지에 새겨진 간이역 행선지
분홍으로 수줍던 종이 빛은
다가오는 마음 없어 마분지 빛으로 바래져 
펀칭된 등허리만 애써 안쓰럽다
네가 지켜 낸 페이지 넘기며 애잔한 데
시구들이 비둘기 떼로 날아오른다
대마디 같은 구간 구간 두루 두른 흔적
통학 통근으로 북적 거리던 어지러움
사는 것은 볼품 버린 하루하루가 전부인 것을
행선 끝 낸 나의 여행길에 선뜻 끼워져
먼지 드는 책갈피에서 
시구절 사연 끌어안고 깨어 있었구나
무심코 버리지 못했던 옛 정 갈피에는
비둘기호 기차표
실타래 같은 청색 열차 덜커덩 거리며 
향수 역 플렛포옴 12량 들어오고 있다
침묵했던 무딘 침목 흔들며 잠시 머물러
나의 승차에 인사 건네는 차창마다
차표 한 장 시집 한 권 청춘 한나절
떠남의 회상 속에서 동백처럼 얼굴 발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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