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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04. 2016

옛날통닭

김주탁


중앙시장에서 말이다
통닭 한 마리에 막걸리 두 주전자
단돈 만원으로 얼큰한 너스레  
홀가분하니 취기 올라 안달 난 핑계는
분명 휘청거리는 사람 사는 변명 이리라
흔들린다고 쓰러지는 평형이라면
손사래 없이 뒤돌아 가리라
양재기 가득 차오르는 응어리 
되려 가벼워지는 주전자
우리들은  차오르며 비워져 간다
이리 집히고 저리 들쳐 지다가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지는
싸구려 좌판의 옷가지처럼 섧기도 하였다
사레든 재채기 뿜으며 살아 있음에
차라리 저 생닭처럼 쪼시러 져
문풍지 같은 저항으로 튀김옷 입고
펄펄 끓는 기름 속에서 뜨거운 절정이고 싶다
노릇한 가슴살이 
막잔 뒤에서 바삭 씹힌다
씹히는 것이 어디 통닭의 질감뿐이랴
비워지는 것이 어디 양재기 바닥뿐이랴
우리들 하루가 
고소하고 시원하게 
씹히며 비워져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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