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에 관한 책과 블로그를 보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게 뭔가 고민해 봤다. 그러던 중 한 분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사람들은 제가 극단적으로 물건을 줄이는 것에만 집중하는데 저는 물건을 줄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제가 가진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을 듣고 미니멀리즘이란 건 불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필요한 것들만 남긴 채 완전한 삶을 목표로 하는 자기 통제수단 중 하나라 느꼈다.
최근 내가 소비한 물건 중에도 불필요한 낭비가 있었다. 난 그 과정을 되돌아봤다.
쿠팡과 같은 쇼핑몰을 둘러본다. 가볍게 저녁 찬거리 핫딜을 구경하다 홀린 듯 보이는 낯선 물건. '세절기' 문득 얼마 전에 봤던 강도기사가 떠오른다. 택배용지에 적힌 전화번호와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모아 혼자 사는 여성을 특정해 강도를 저질렀다는 사건.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택배용지는 반드시 폐기처리할 것. 그런데 그걸 일일이 찢어버리는 건 귀찮은 일이다. 그러다 세절기를 보게 되니 이젠 귀찮게 일일이 찢을 필요 없겠다 싶어 세절기를 산다. 사고 나니 생각보다 덩치가 크고 전기코드를 써야 하니 어디다 둘 지 막막하다. 막상 파쇄할 택배용지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세절기를 쓰는 대신 손으로 찢는 일이 더 많아졌고, 어느새 창고에 두고 더는 쓰지 않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쓸모없는 물건을 들이게 된 나는 돈 낭비 공간낭비만 하게 된 꼴이다. 이런 경우의 물건은 곳곳에 많을 거다. 한 때는 자주 썼지만 이젠 자주 쓰지 않는 것들도 있을 거고.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주위에 꽤 많을 것이다.
어떤 물건이든 중요한 건 결국 활용도를 찾아야 한다. 물건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니면 만족감이라도 주어지는가? 유명한 정리전문가 곤도마리에씨는 이를 두고 ‘설레는가?’라고 표현했다. 정말 내겐 아무것도 아닌 물건들이 많았던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들의 간소화 작업이 때론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난 그들이 지금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과 필요한 것을 찾아 조율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그 행동이 나쁘다 할 것도, 추앙할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본받을 점이 있다는 건 확실히 말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