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괜찮지 않은 것들이 몇 개 있었다.
먼저 사람들과 사진 찍는 것과 사진에 찍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부탁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난 사진을 찍지 않는다. 아니, 특별히 사진을 찍는 경우가 없다. 촬영의 목적은 '담고 싶은 순간'인데 그런 게 없었다. 풍경이 좋아 카메라를 들어도, 귀여운 걸 보고서 카메라를 들어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하는 생각에 겁에 질린다.
죄책감에 어쩔 줄 모르다 아쉬운 컷만 남기며 돌아서게 된다.
그런데 바뀐 요즘은 사진 찍을 것들이 즐거워졌다.
사람들을 화면에 담는 게 즐겁고, 그들을 기억하는 게 행복했다.
오늘도 난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오래전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들도 다시금 찾아봤다.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부담이 덜해졌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싫었던 건 그 사람들이 나를 해코지할 것이란 두려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사람들이었다는 느껴서였다.
오래된 친구가 그랬고, 속내를 털어놨던 친구도 그랬다.
나는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호구였던 거다.
그러니 사람을 만나는 게 스트레스였다.
새로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많은데
나를 좋아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 순종적으로 변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워졌다.
내가 누군가에게 부끄럽고 해가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변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것들이 하나씩 바뀌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그로 인해 좋은 점은 이제 내가 나를 신뢰하기 시작하며
그간 포기 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나의 변화를 맞이하게 해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