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이해

처음으로 저작권을 이해하게 되었던 계기

by 별자리작가

한 20년 전, 그때 우리나라는 폭발적으로 인터넷 인프라가 확장되던 시기였다. 메신저를 통해 채팅을 주고받았고, 온라인 게임 시대가 열리며 인터넷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이 시기에 퍼져나갔다.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통해 서로 공유하는 것이 늘어나면 영화나 드라마, 만화책 등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즐기던 것들이 당시에는 불법으로 공유하는 일이 흔했다. 급격하게 성장해버린 것과 달리 그에 따른 규제는 뒤쳐졌던 터라 콘텐츠 보호는 물론 유해 콘텐츠 관리조차 되지 않던 혼란의 시기였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콘텐츠들을 공유했고, 그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나 역시 그랬다. 학생 신분이었던 내 입장에서 저작물을 돈 주고 사는 건 ‘용돈 타 쓰는 내겐 사치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한 소설책을 접하게 되면서였다. 내 인생 작품인 [드래곤라자]와 [퇴마록]이었다. 친구들과 ‘인기 소설’을 공유하며 보던 중 일부가 담긴 파일을 보게 되었고, 그 후 대여점으로 달려가 책을 대여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물을 보는 건 좋아해도 글을 읽는 건 정말 싫어했던 내게 이 작품들은 처음으로 책이 주는 경험이 뭔지 느끼게 해 주었다. 따분하다 여겼던 교훈과 철학들을 진심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그때부터 섣불리 창작물을 불법으로 접하는 것이 꺼려졌다. 창작물로 돈을 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더 가깝게 느껴진 것이다. 그전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이젠 그들을 이해하며 창작이란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처음 한 일은 음원 사이트 가입이었다. 그때 내가 가장 많은 콘텐츠를 즐기는 건 음악이었다. 노래 듣는 걸 좋아했지만 음원은 전부 어디선가 떠도는 파일들이었다. 음악정도는 내 용돈이 허락하는 선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그 후에도 내가 봤던 영화나 드라마, 여타 작품들을 꾸준히 결제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진 빚을 갚는 것 같았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경험들이었다. 그리고 그 후 무단으로 작품을 이용하는 일은 없었다.


아마추어 작가 입장에선 내 창작물을 보고 즐겨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수익이 생기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 내 작품을 보고 즐겨야지만 가치 있고 의미 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미로 즐기는 나와 프로작가는 다르다. 그들에게 있어 생계가 걸린 일이고 나아가 그들의 시간과 노력으로 빚어낸 삶의 일부다. 그때 내가 불쾌감을 느꼈던 건 그런 가치를 훼손시켰음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가치들이 지켜져 창작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배경.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남들 따라 벚꽃 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