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리고 오늘
병원을 다닌 지 10개월이 되고 천천히 약을 줄여가던 중 이제는 정말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마음에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약을 이제 끊어도 되는지 여쭤봤다.
선생님은 내 진료차트를 보며 '바로 약을 끊을 수는 없어요 우리 그럼 천천히 줄여갈까요??'라고 말하셨다.
스스로가 괜찮아지면 약을 안 먹어도 되는 줄 알았는데 천천히 줄여가야 한다고 하셨다.
약을 줄이면 뇌에서 약성분이 빠지면서 어지러울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신기해하면서 약을 받아왔다.
점점 약을 줄이면서 어지러움이 심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몸에서 이제 약 성분이 빠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째인 오늘 나는 병원에 가서 나의 상태를 잘 얘기했고 드디어 약을 끊어도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계속되는 악몽 때문에 잠 관련된 약은 마지막으로 받아왔지만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에 놀랍기도 했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한동안 병원은 잊고 살아요 나를(선생님) 보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힘들면 꼭 연락해서 찾아와요 그동안 고생했어요 :)'라는 말을 듣고 멍한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후 약을 받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초반에 정말 너무 힘들어서 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감정 조절도 안되고 쉽게 눈물이 나던 나의 그 힘들었던 모습이 생각나면서 이제 약을 먹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는 것에 스스로가 대견했다. 막상 들었을 때는 멍했지만 병원에서 나오는데 울컥했다...
선생님께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 드리고 이렇게 치료가 끝났다. 그 힘들었던 감정들을 잘 버텨 준 나와 나에게 힘을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와 진짜 고생했어 잘했어'라고 다독이며 걸어갔다. 햇빛이 너무 따듯해 더 감정이 북받쳤다 :)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무슨 감정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좋은 감정인 것은 확실하다.
오늘도 병원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방문했고 나이대도 다양했다. 어린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 청소년, 어르신들 다들 스스로를 위해 혹은 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힘을 내서 이 병원에 오신다. 어떤 사연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방문을 하지 않겠지만 힘든 분들이 있다면 치료를 꼭 추천드리고 싶다.
감정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때의 그 무거운 감정들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나에게 또 그 힘든 감정들이 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선생님을 만나러 가야지 늦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