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무서움(10)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일 수 있다

by 느긋한고양이

최근에 새로 시작한 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보고 있던 중 미지가 느꼈던 감정들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내가 누구보다 힘든 날들을 겪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나에게는 너무도 힘든 내가 감당할 수 없던 힘듦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5화에 나오는 미지가 방에 숨어버린 장면에서 공감도 되면서 그런 미지가 안쓰러워 눈물이 흘렀다.


미지와 할머니의 모든 대화가 마음에 와닿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댓글에도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는 글들이 있었듯이 이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감정들이 너무 무서워서 이 우울함이 너무 무거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내가 잘못되었다고 여기고 나 스스로를 비하하는 그 모습에 내가 보였다.


미지는 계속해서 본인이 쓰레기 같다고 본인에게 있는 문제들만을 생각하며 자책했다. 그러던 미지에게 할머니가 말해주는 대사 속 “살려고 살려고 숨은 거야.”라는 말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도 어쩌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상처받거나 무서운 감정들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숨은 건 아닐까…


이제는 병원을 가지 않지만 나는 아직도 수시로 우울한 감정들이 느껴질 때가 많다. 참 어렵다 도대체 왜 자꾸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밤에 누워 생각해 봤다.


어쩌면 나는 이제야 내 감정에 솔직해진 걸까?


그래서 더 이상 이 우울함을 모른척하지 않아서 자주 느껴지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6화에 미지가 할머니를 보기 위해 30분 거리를 4시간에 걸려 겨우 갔다는 내용을 보면서 정말 힘을 냈구나 대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함이 있던 나는 억지로라도 마트에 나가 뭐라도 사 오려고 노력했었다. 정말 가깝던 그 거리가 왜 그렇게 멀게 느껴졌는지 머리를 감고 준비를 해놓고는 나가기 전 무서워 모자를 눌러쓰고 나갔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무서웠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바닥을 보면서 노래를 크게 틀었다 계속해서 눈치를 봤고 혹시나 눈이라도 마주치면 잘못을 한 듯 심장이 뛰었다.


결제할 때 제발 나에게 질문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혹시나 질문이라도 들어오면 대답을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어렵지도 않은 대답을 잘하지 못 한 내가 답답했다.


그렇게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집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덥지도 않은데 땀이 났고 안심이 되었다.


나 그래도 마트에 장도 보러 갔어!!라고 생각하며 약간의 뿌듯함을 느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지만 그게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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