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지 않다가 오랜만에 약속이 잡혀 다녀오면 이상한 우울감이 몰아왔다.
“오늘 내가 말실수를 한건 아닐까, 중간에 상대 표정이 안 좋았던 거 같아,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지…” 등
분명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와 사람들을 만났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지치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날도 집에 가는 내내 내가 실수한 건 없는지 그 사람들의 표정 말투에 대해 생각하다가 집에 도착해 울적함에 빠졌다. 그런 내 상태를 눈치챈 남자친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약속은 어땠어?” 그 말에 컵에 가득 담긴 물이 작은 진동에 흘러넘치듯이 감정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나… 한동안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헤헤헤 아니 그냥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그러자 돌아온 차가운 말 “그렇게 *히키코모리가 되는 거야 사람 만나는 걸 하지 않을 수는 없어, 무섭다고 피하기만 하면 안 돼 그래도 해내야지”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도 알지만 그게 안되기에 속상했다.
차가운 말을 내뱉은 남자친구를 쳐다보는 순간 그 속상함은 더 커졌다. 남자친구의 표정에서 보이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과 내가 상처받은 걸 알지만 이겨냈으면 하는 응원이 가득했다.
이 사람한테까지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미안했고 그럼에도 나를 믿고 응원해 줘서 고마웠다.
눈을 마주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무서워서 그래”라고 말을 하는데 눈물이 났다. 나 스스로가 답답했다 그렇게 품에 안겨 엉엉 울었고 다독여주는 손길은 너무도 따듯했다.
오늘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이야기를 나눴고 그럼에도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온 내가 용기 있다고 말해줬다.
그의 말이 처음에는 너무 차가웠지만 따듯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지만 그가 있어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 히키코모리
일본어 引きこもり에서 온 외래어로, 방안에 계속 틀어박혀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방구석 외톨이'라고도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