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
"아, 또 여행 가고 싶다."
저번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지 또 여행 가고 싶다고, 호텔 또 언제 가냐고 노래 부르는 너
호텔이 왜 좋았냐고 물어보니
"엄마랑 아빠랑 빈이랑 다 같이 호텔에서 아이스크림 먹었잖아. 그때 너무 좋았어."
거창한 이유를 기대했던 탓인지, 아이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말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느 날, 훌쩍 떠난 여행에서 다 같이 호텔방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손에 쥐고 앙 베어 물며 웃던 모습,
느긋하게 다 같이 손잡고 밤산책을 하던 그날의 공기, 거품목욕을 하고 포근한 이불에서 노곤하게 잠들던 너
어쩌면 네가,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딘가를 떠나서 발견한다기보다 그곳에서 잊고 지내던 마음속 행복을 꺼내어 보는 것.
어느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한 말이 떠올랐다.
아이와의 여행에서 아이는 이 호텔이 얼마나 좋고, 어느 멋진 곳에 왔는지 보다 수영장 햇살 너머로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던 엄마의 얼굴을 오래오래 기억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맞는 거 같다. 결국 바쁘고 반복되고 지친 일상에서 아이가 부르는 데도 아이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나날들이 늘어갔다.
큰 마음먹고 떠난 여행에서는 집안일이든, 업무적인 일이든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우리는 가족에게 집중한다. 그곳의 풍경과 시간을 함께 즐기고 추억하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더 자주 보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와 함께 무엇인가를 한다.
아이가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자꾸 아이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주려고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거, 진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거, 혼자가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닐까.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 언제든 누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아이와 나의 행복은 항상 있다는 걸 흘려보내지 말아야지.
오늘은 하원 후 아이와 어느덧 초록빛으로 변한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며 달리기 시합도 했다가 놀이터도 기웃했다가 개미도 구경했다가 서로가 좋아하는 과자 하나를 골라 집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