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눈물

비혼 주의 연애 이야기 9

by 왼손잡이앤

날씨가 아주 화창한 주말이었다.

뽑은 지 얼마 안 된 남동생의 새차를 끌고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열심히 직진하고 있던 내 옆으로 차가 점점 다가왔고 나는 설마 서겠지 하는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추고 말았다.


나의 첫 사고였다. 결국 나는 기절하고야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응급실이었다.

나의 팔에는 링거가 꽂혀있었다. 나는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머리가 띵한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응급실 밖은 아주 시끄러웠고 정신이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찾았고 휴대폰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에 간호사가 커튼을 열면서 들어왔다.

"환자분 괜찮으세요? 정신이 드세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 00입니다... 저 혹시 어떻게 된 거예요?"

"교통사고로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오셨어요.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서 잠시 기절하신 거 같고 이제 혈압은 안정이 되셨고 혹시나 해서

추가 검사를 해야 하는데 보호자분은요?"

"아... 저 혹시 제 휴대폰은 없었나요?"

"네. 없던데요."


그렇게 간호사가 나가고 나는 다시 혼자 누워있는데 밖에서 어떤 남자가 계속 소리를 질렀다.

"00 어디 있어요?"

"환자분 성함이요? 저분 보호자 분이세요?"

"아니요. 저 남자 친구입니다."

"지금 환자분 상태가 안 좋아서 보호자분 아니시면 잠시 나가주세요."

"아니 제가 저 여자 남자 친구라고요."

"네네 알겠습니다. 지금 다른 보호자분 계시니 밖에서 기다려주세요."

"싫습니다. 그 사람 어디 있나요? 00야 어디야?"


굉장히 흥분한 그 남자의 목소리가 응급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 남자가 그 여자의 이름을 발견하고 커튼을 젖히고는 울기 시작했다.

남자의 눈물과 오열하는 소리가 너무 애절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는 너무 궁금해서 커튼을 살짝 열려고 하는 찰나에 남동생이 훅 들어왔다.

"작은누나 괜찮아? 내가 그러니깐 내차 끌고 나가지 말라고 했지?"

역시나 우린 현실 남매였다. 나의 안부보다는 새 차가 망가진 것이 더 속상한 내 동생...

동생의 잔소리를 한 바가지 들어주고 나서야 나는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그래 진짜 미안해. 근데 너 내 휴대폰 봤어?"

"자 여기 있어. 근데 누나 남자 친구 생겼어? 어떤 남자가 자꾸 전화 와서 받았는데

여기 병원 위치 알려줬는데 아직 안 왔어?"

나는 동생에게서 내 휴대폰을 받고서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남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나는 추가 검사를 하기 위해서 휠체어를 타고서 이동하기로 했다.

남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를 타고서 커튼을 젖히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그 남자가 나의 건너편 침대 앞에 바닥에서 울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들었던 그 쩌렁쩌렁하던 목소리는 바로 그 남자였다.

"잠깐만... 저쪽으로 밀어줄래?"

"왜 누나 아는 사람이야?"


저 남자가 왜 저기에서 울고 있는 거지?

지금 양다리인 건가?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아침드라마급 스토리가 쫙 펼쳐지고 있었다.


"오빠..... 여기서 뭐해요?"

그 남자가 천천히 뒤로 돌아봤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바닥에 엎드려서 오열하던 그 남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너.... 네가 왜 여기에? "

그 남자는 나에게 다가와서 와락 안았다.

"고맙다."

그 남자는 한참을 그렇게 나를 안고서 흐느꼈다.


잠시 후 고개를 들고는 내 동생 한번 보고 나 한번 보고 동생 보고 나 보고

아마도 그 남자도 나처럼 아침드라마를 생각했던 거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남동생이 무척이나 노안으로 보이기에 같이 다니면 커플이라고 오해를 많이 받아왔다.


그 오해의 시선을 비단 나만 느낀 건 아니었다. 눈치 빠른 남동생이 바로 정리해주었다.

"안녕하세요. 00 누나 남동생입니다. "

"진짜 남동생?"

그 남자의 질문에 남동생이 정색하면서 바로 대답을 했다.

"오해 마세요. 친누나입니다."


건너편에 교통사고 환자도 나랑 이름이 똑같았다. 그 여자는 머리를 심하게 다친 환자였다. 얼굴은 피로 범벅이어서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한 상태라 그 남자가 착각할만했다.

반면에 나는 혼자 실려와서 이름을 기재하지 못했고 그는 내가 그렇게 많이 다친 줄 알고 착각했던 거였다.


그렇게 두 남자의 보호를 받으며 검사실로 갔다.

"보호자분 한분만 같이 들어오세요. 누가 보호자분이세요?"

"제가 남자 친구입니다."

"아 그럼 이쪽은?"

"아 저는 남동생입니다."

"그럼 남동생분이 들어오세요."

그렇게 나는 남동생과 함께 검사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행히 별 이상이 없어서 퇴원하던 날 그 남자도 병원에 왔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과 아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고 그는 얼떨결에 인사를 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00이랑 결혼할 000입니다."라고 말이다.

30대 중반에 노처녀인 내가 걱정이었던 가족들은 모두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가장 놀랬던 건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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