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주의 연애 이야기 10
띠띠 링~띠띠 링~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나는 지금 몇 통째 전화를 안 받고 있었다.
그 남자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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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폭탄발언으로 우리 가족에게 나는 곧 결혼할 딸이 되었고,
나는 정신이 혼미했다. 나는 그 남자에게 화가 나 있었다.
모든 연락을 피하던 나를 그 남자가 결국 찾아왔다. 퇴근하는 길 거기에 또 그 남자가 서있었다.
나는 그 남자를 모른척하면서 걸어갔고 그 남자도 조용히 나를 따라왔다.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계속 걸었고 그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너 춥겠다.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해."
나는 뒤돌아서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네가 싫어하니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 않을게 대신 내가 너의 보호자가 되게 해 줘."
"네?"
아니 이게 무슨.. 말이면 다 말인가...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평생 너의 보호자가 되어줄게."
"아니 괜찮아요. 보호자는 집에 가족들도 있으니깐요."
"아니, 그건 안 되겠어. 그 보호자 내가 할 거야."
그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단호해졌다.
"잘 들어 너에게 2가지 선택권이 있어. 1번 합법적으로 내가 너의 보호자 되기,
2번 동거해서 내가 너의 보호자가 될 만큼 같이 지내기야. 둘 중에 뭐가 좋은지 결정해."
점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어이가 없었다.
"지금 제정신이에요? 둘 다 싫어요."
"내가 지금 제정신으로 보여? 그럼 다행이고 난 요 며칠 지옥과 천당을 오간 사람이라 서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이 조금씩 촉촉해졌다.
아마도 내가 많이 다친 줄 착각한 그날의 기억이 나는 걸까?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그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그 남자는 나를 아주 조심스럽게 안았다.
"다시는 너를 잃고 싶지 않아."
결혼을 하자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지만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제 말이 이해가 안 돼요? 그만 하자고요."
"나는 결혼하자고 말도 안 했는데 무슨 소리야. 지금 바빠 나중에 통화해."
늘 그런 식으로 말했고 그는 결국 설 전날 우리 집 문 앞에 서 있었다.
정장을 쫙 빼입은 그의 손에는 이런저런 선물상자들이 들려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뭐하긴 인사드리려 왔지, 어서 문 열어줘."
"왜 이래요? 어서 돌아가요."
그 남자는 아주 큰소리로 인사를 계속했고 결국 우리 식구들이 나와버렸다.
그렇게 그는 우리 집 거실에 떡하니 들어와 버렸다.
"이제부턴 제가 00 이의 보호자가 되겠습니다."
쩌렁쩌렁한 그의 목소리에 우리 가족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설 다음날 그 남자가 또 집 앞에 찾아왔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나갈 생각이 없었고 그냥 모른척하고 싶었는데 남동생이 마트에 가다가 그 남자를 발견했다.
"여보세요?"
"작은 누나 뭐해? 그 형이 집 앞에서 계속 기다리던데. 빨리 나가,
하여튼 여자들은 나오는데 뭐가 그리 오래 걸리는지..."
남동생의 잔소리와 등쌀에 결국 나는 그 남자에게 가게 되었다.
"점심 먹었어? 점심 먹으러 가자."
"배 안고파요."
"그래? 그럼 디저트 먹으러 가자."
"저기... 제 말을 이해 못 하시는 거 같은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남자가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이거 내려보세요."
그는 나를 차에 조심조심 태웠다.
화가 난 나는 그 남자를 흘겨보았고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밖에서 이야기하면 너무 춥잖아.. 교통사고 난지도 얼마 안 되었고. 여기서 말해."
차 안은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서 마치 온실 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안 추워요. 그만 히터 끄세요."
평소에 열이 많은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아니야, 환자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지."
그는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전을 해서는 어느 건물에 도착했다.
"여긴 가정집 아니에요?"
"요즘은 가정집 카페도 많잖아. 진짜 맛있다니깐.."
속는 셈 치고 올라간 곳은 그 남자의 집이었다.
앗뿔싸..... 그렇게 나는 그 남자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다.